민들레

버리지 못할 삶의 조각들

by 이철호

민들레




꽃 한 송이 피우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쓰디쓴 꽃자루 뽑아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삶이란 아무리 치장을 해도

결국, 씨앗 하나 남기는 것


민들레꽃이 왜

수천 조각인 줄 아는가?

줄기가 없는 꽃이기에

커다란 꽃잎 한 장 마련할 수 없는 꽃이기에

피어나면 부족하고 피어내면 모자란

버리지 못할 삶의 조각들을 모아

밤마다 꼼꼼히 꿰매는 것이다


길가다 민들레 한 송이 피어나면

노랗게 핀 꽃만 보지 말고

그 뒷면의 바느질 자국을 보라

하나라도 잃지 않기 위해 꽉 움켜쥔

그 촘촘함이 눈물겨운 것이다





길가다 뿌리 채 뽑혀 말라가는 민들레를 보았다. 뿌리와 줄기와 잎은 말라가면서도 꽃자루부터 꽃잎들을 꽉 끌어안고 있는 꽃받침까지는 아직 생기가 있었다. 오직 씨앗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온 몸의 양분과 수분을 죽을힘을 다해 꽃대로 올려 보내는 민들레......

다 죽어가면서까지 씨앗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는 민들레의 강인함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민들레는 기어코 씨앗을 만들어 더 좋은 세상으로 멀리멀리 날려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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