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골시장

by 이철호

못골시장




계절이 은행을 털어

실업자의 지갑 같은 가로수길

사람을 믿다 늙어버린 나이

믿을 걸 믿어야지

헛헛한 마음들이 주름과 웃는다


허기진 인정을 달래려 찾아간

3천 원짜리 국숫집

둥근 플라스틱 의자에

따닥따닥 모여 앉은 사람들


국수 한 젓가락을 들 때마다

초가지붕 굴뚝같은 하얀 온기가 새어 나오면

고단한 삶을 뎁혔던 구들장 냄새가 난다

사람이 사람을 뎁히고 사람이 사람을 뎁혀

온기 없는 플라스틱도 따뜻해진다


저마다 가슴에

하루치 온기를 보온병에 채우고

바쁜 걸음으로 자리를 뜬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들이 있겠지만 그때 시장에 한 번 들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국숫집에 모여 앉은 사람들, 그들이 내뿜는 하얀 입김에서 사람 냄새가 나고, 그들이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에서 앞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정온 동물인 인간은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온기를 누군가에게 주고 또는 받고 있다.

날이 추워질수록 인정이 그리울수록 작은 온기도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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