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주는 위로

by 이철호

노을이 주는 위로



바람이 분다

비가 지친 틈을 타고

꽃들은 저마다 길게 꽃대를 세워

장마에 젖은 눅눅한 그리움을 말린다

그러다 하얀 소금 알갱이 같이

짠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곰팡이 핀 자국처럼 남아 있으면

흔들리는 꽃들이 맘 놓고 울 수 있게

살만큼 살아본 사람들의 위로처럼

노을은 해를 가리고 어둠을 부른다




여행은 익숙함을 소중함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살면서 바람이 불고, 꽃들이 흔들리고, 노을이 찾아오는 시간들은 많았겠지만, 그것은 그냥

그저 그런 풍경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여행은 장마에 지친 꽃들의 상처를 보게 하고, 그것을 감춰주고 싶은 노을의 마음을 느껴지게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익숙한 것들, 사소한 것들을 다시 보게 하고 그립게 만든다. 그리워지면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고, 생각하는 만큼 소중해지는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린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