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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May 04. 2018

어린이 날

어린이 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긴

계란 두 알을 삼키는 일


다리 없는 짐승처럼

거리를 누비며 바라본 서울 하늘에는 

울다 지친 눈물자국 같은 별 몇 개

하늘 보는 일이 낯선 도시에서

내 눈을 아리게 하는 슬픈 것들   

 

그날도 어머닌

새벽부터 일을 나가셨지요

도시의 아이들처럼

손잡고 공원을 가는 것도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자꾸만 철없는 생각은 

가난을 싫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았습니다

아버지 눈을 피해

앉은뱅이책상 밑                 

대접에 담긴 

삶은 계란 두 알과

미안하다는 한마디


처음 받아보는 어린이날 선물로

넘어가지 않던 계란 노른자와

눈물로 뒤범벅이 된 그날


어른이 된 지금

계란 노른자만큼의 팍팍한 삶이

영양가가 될 날을

기대하며 살아가야겠지요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머나먼 고향 하늘

어머니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어린이 날이 오면 삶은 계란 두 알이 생각난다.

어릴 적 기대 없이 처음으로 받아 본 어머니의 선물...

미안하다는 쪽지의 한마디가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었다.

그동안 어머니도 뭔가를 해주지 못해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살면서 그 퍽퍽함이 힘이 된다.  


젊었을 때 퇴근하고 자주 들리곤 했던 포장마차에는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삶은 계란이 담겨 있었다.

소주 반 병에 두 개의 계란을 먹고 나면 늘 어머니 생각이 났다.

팍팍한 삶이 영양가가 될 것을 기약하며 하루하루 견뎌가던 시절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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