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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Oct 17. 2016

씀바귀

부모의 마음처럼

씀바귀



               

제 몸의 색깔을 잃고

비쩍 말라비틀어진 

씀바귀 한 무더기가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기다려

제 품에 안고 있던 새끼들을

닳고 닳아 쓰디쓴 몸뚱이 되지 말라고

멀리 날려 보낸다

부모의 마음처럼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추수가 끝난 가을 들녘을 서성이다  씀바귀 한 무더기를 발견했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한, 

그래서 색깔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부모와 같은 씀바귀들이

"넌 나처럼 살지 마라."며 우릴 도시로 내보내던 부모의 심정으로

그래도 그래도 고생 조금 덜하라고 

따뜻한 곳으로 부는 남쪽 바람을 택해 그들 품에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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