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호 Jun 09. 2017

수수꽃다리

나이 40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내 향기도 모른다

수수꽃다리   


     

아침부터

뜬금없이 찾아와

차 한 잔 하잖다

주섬주섬 나이의 옷을 입고

치례의 화장을 하자니

아니라고 한다

그 나이 먹도록 니 향기도 없냐고

한 소리부터 한다

나이가 부끄러워 웃고 만다




5월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온 집안에 은은한 향을 풀어 나의 잠을 깨웠던 수수꽃다리

반가운 친구의 기대치 않은 방문처럼 기뻐 마당으로 나섰다.

그랬더니 인사는커녕, 대뜸

내 향기도 없이 자기와 마주한다고 나무라고 있었다.

나는 나이 40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매너가 없는 것인지 부끄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달래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