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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Aug 12. 2018

궁평항에서

궁평항에서



노을이 수평선에 툭하니 어깨를 걸치고

바다에게 말을 거는 저녁


뚝방 갈대들이 낮 동안 굽은 허리를 펴고

바람에 땀을 씻는 저녁


백사장 파도들이 늙은 어부의 주름 같은 가려움을

사르락 사르락 긁어대는 저녁


항구에 묶여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배 몇 척이

갈매기를 손님으로 태우고

밤이라는 바다에 몸을 맡긴다





최근 영화 변산을 보다가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라는 시구절이 맘에 와 닿았다.

내가 사는 화성의 궁평항도 변산 못지않은 아름다운 노을이 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노을을 배경으로 방파제에 정박되어 있는 배들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위해 수많은 셔터를 누른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수많은 말들의 셔터를 눌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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