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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Oct 11. 2018

10월의 새벽 공원

10월의 새벽 공원



밤이 지친 얼굴로 귀가를 서두르는 시간

잠이 오지 않아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새벽하늘은 하나둘씩 불 꺼진 거리처럼 외로웠고

그믐달은 힘없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꽃들이 자고, 나무도 자고, 풀벌레조차 깊이 잠든 새벽

달맞이꽃만이 오래도록 달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믐조차 사랑한 꽃의 얼굴엔

달에게 보여주고 싶은 외로움이 스며있었다.




새벽 공원엔 끝물인 달맞이꽃이 온 힘을 다해 마지막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 눈 두지 않고, 달만 사모하다 생을 마감하는 꽃.


달맞이꽃은 수정하지 않고 씨앗을 만들어 내는 단위생식을 하는 꽃이다. 수정을 하지 않으니, 다른 유전자와 섞이지 않는다. 달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그대로 복제되어, 다음 그다음 생에도 여전히 달을 좋아하는 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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