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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Mar 31. 2019

속리산의 봄

속리산의  봄      


    

속리산에 눈이 내린다

봄을 시샘하는 온기 없는 바람이 

연하디 연한 초록들에게 해코지를 한다

그때마다 계곡의 나목들은 

저마다 가지를 넓게 펼쳐

바람을 막고

봄꽃들이 아프지 않게 

순하게 순하게 눈을 날린다               




3월 마지막 날, 봄을 보러 갔다가 눈을 보고 온 산행이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아이들 새끼손톱만 한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다행인건 꽃이 없는 계곡의 바람은 차갑고 날카로운 눈가루를 뿌리고 있었지만, 

꽃이 있는 계곡의 바람은 이상하리만치 잠잠하고, 눈은 깃털처럼 가볍고 따뜻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 풍경은 차가운 바위마저 온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주었다.

나목들이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막아 작은 생명들을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겨울의 시샘도 속리산, 봄의 태동을 건드릴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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