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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하여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by 이철재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세 번째 이야기. <균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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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가장 많이 하거나,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적당히 잘하자’, ‘적당히 살자’, ‘모 나지 않게 잘하자’ 등의 말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는 ‘눈치껏 적당히 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는 국·영·수 와 암기과목(그 외 과목)을 공부하는 데 있어 적정한 시간과 노력을 배분해야 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말이 ‘적당하게 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적당히라는 말은 두 개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라는 정답이 없습니다. 0과 1 사이라면 중간값인 0.5가 적당할까요? 아니면 랜덤함수처럼 0과 1 사이의 무한한 나눔의 숫자 중 하나가 될까요? 통계에서 말하는 표준편차로 답을 내면 평균은 0.5이지만 0.2~08 사이의 정규 분포를 갖는 것이 무난할까요? 아니, 수학이나 과학이라면 명확하겠지만, 우리 인간의 삶에서는 ‘적당히’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엄마 70%, 아빠 30%’라고 대답하면 될까요?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어떤 대답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 외에도 ‘탕수육의 부먹과 찍먹은 어떤 게 맞을까?’, ‘남녀 사이에서 깻잎 논란’은 어떨까요?


이런 질문에는 항상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는 정답이 없다고 해서, 결정하기를 미루거나, ‘적당한 선택’이 아닌 ‘대충 하는 선택’은 좋은 안이될 수 없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 혹은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일(업무)’과 ‘삶’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과 삶에서의 균형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하나의 잣대로 나눌 수도 없겠죠. 시간이란 기준만으로 나누는 것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내가 몰입하는 강도도 다를 테고, 내가 생각하는 중요도에 따른 구분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과 삶에서의 균형(워라밸)’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워크홀릭(일에만 오로지 집중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추구하는 바는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사는 사회에서 약속입니다. 일정한 시간 동안 회사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회사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업무 스타일, 업무 강도 등은 모두 다릅니다. 생산직은 비교적 정해진 시간을 일하지만, 사무직, 영업직은 일하는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합니다. 저도 회사 시절에는 야근도 많이 하고, 연차는 거의 쓰지 못하곤 했는데요. 요즘에 그 회사를 보면 주 40시간 근무와 최대 52시간 이내라는 기준은 잘 지켜지는 것 같고, 연차도 개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강제 연차를 통해 많이 쓰길 권하고 있습니다. 회사 환경을 비롯한 사회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꼭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워라밸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사원 시절에 팀에서 새로운 대리점 관리 프로그램(프랜차이즈처럼)을 운영하느라 일이 많을 때였습니다(아니 회사 시절 늘 일이 많은 편이었지요). 사실 저보다는 팀장과 선배들(과장, 대리)에게 더 많은 일이 몰렸는데요. 자주 야근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그 선배는 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 일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회사에 있을 때는 그렇게 치열하게 일을 하는데, 퇴근 후에는 일을 생각하지 않고, 가족과 일상을 보내는 데 집중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서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일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집에서 빈둥거리지만 일에서 생각을 완전히 떨쳐 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잦은 야근과 주말에도 나와서 일한 적이 많았는데요. 사원 시절에 일을 많이 하고,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는 했지만 제 나름의 일과 삶을 잘 조율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고,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해 많이 고민하고, 내 삶을 내 주관대로 조율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일도 많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부담도 올라가는데요. 한편으로 후배들에게 전해야 할 선배들의 몫도 생겨나고, 내 역량과 건강, 삶의 질에 관한 생각이 많아지곤 했습니다.


입사 후 10년쯤 되는 시기부터 제 삶을 많이 바꾸게 된 것 같은데요. 책을 더 읽기 시작하고, 자전거와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둘레길을 걷는 등 ‘일’과 ‘삶’에서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양 도서를 읽고, 내 몸을 위한 운동과 취미를 더하고, 후배들을 챙기면서 회사 일에서도 한 단계 성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후배들, 특히 신입사원에게 내 업무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멘토로서 그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주려고 하니, 나 또한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업무상 지방 출장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갔는데요. 출장을 갈 때면 오로지 일만 생각하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한 후에 내 삶의 여유도 찾으려 했습니다. 당시에 차를 가지고 출장 갈 때가 많았는데, 출장지에서 일을 마치고 올 때면 내가 좋아하는 걷기 코스를 찾아서 걷다 오거나, 금요일 출장의 경우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서는 일을 마치고 바로 올라오지 않고, 자전거길 라이딩을 하고 오기도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장이라면 오가는 길에 읽을 책을 가져가곤 했는데요. KTX나 고속버스에서 많은 시간이 내게 주어지니 독서하는 즐거움이 컸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회사 시절의 3분의 2 정도는 광화문 본사에서 근무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역까지 약 3.7km의 걷기를 하고, 금요일에는 청계천-성북천을 따라 한성대입구역까지 2시간 정도 걷기도 합니다. 청계천을 걷다가 광장시장 포장마차에서 맥주나 막걸리에 먹는 돼지껍데기와 머릿고기도 힐링의 시간입니다. 때로는 동료들, 후배들과 퇴근 후 가볍게 즐기는 술 한 잔도 너무 좋았습니다.


주말에는 북한산 둘레길 80km와 서울 둘레길 157km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과 한강을 따라 남양주 능내역이나, 행주산성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오는 것도 즐거운 삶의 한 장면들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에서 ‘일’은 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더 잘하기 위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삶’에서는 내가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이나 독서 등 취미생활이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가능한 내가 능동적으로 해야 삶의 균형점을 ‘잘’ 잡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려면 꾸준히 시간을 내서 해야 하고, 취미 생활도 꾸준한 활동이 쌓여야 합니다. 또한 혼자 하는 것과 함께하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듯이 운동이나 취미도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의 경험을 보면, 자전거 라이딩이나, 둘레길 걷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 혼자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 시절에는 퇴근 후 걷거나, 주말에 둘레길 걷기, 자전거 라이딩을 혼자서 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혼자서 하되,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가끔 함께하는 약속을 잡기도 하는데요. 주말에 둘레길을 걷고 점심을 먹거나, 마라톤 대회에 함께 신청하기도 하고, 주말에 라이딩 일정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꾸준히 함께하려면 늘 같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지인들과는 꾸준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동호회 등에 가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우물쭈물하다 동호회 가입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는데요. 현재는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오픈 시간이 오후 1~9시이고, 일요일과 월요일에 쉬는데요.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달라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네요. 제 ‘일’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오전 시간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요. 일주일에 두세 번 러닝과 걷기를 하고, 독서와 글쓰기도 합니다. 책방을 쉬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걷기나 라이딩을 하고, 대외 활동도 하려고 합니다. 지인들과 약속을 잡거나 다른 모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생활을 위해서는 일도 해야 하고, 잘하기 위해 배우기도 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과 식단 관리도 해야 하고, 좋아하는 일도 해야 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챙겨야 할 일도 있고, 나를 위한 휴식과 힐링도 해야 합니다. 수많은 해야 할 일에 적절한 균형점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내 일과 삶의 균형점을 내가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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