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요즘 취업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특히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바로 제 몫의 일을 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사원을 원한다는 아이러니가 있기도 합니다. 또한 요즘 시대에 멀티태스킹, 투잡/쓰리잡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신입사원보다 경력직 사원을 뽑는 경우가 늘어난다고 하네요. 이는 처음부터 업무를 바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력사원이나 신입사원을 떠나서 회사는 어떤 사람을 채용하려고 할까요?
이제는 너무 오래된 일이기도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새로운 방식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하고 중용했는데요. 특히 박지성 선수는 여러 포지션을 모두 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중용했었습니다. 요즘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는 오타니 쇼헤이는 투타 겸업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둘 다 정말 잘하는 흔치 않은 멀티 태스킹인데, 작년에는 홈런과 도루에서 50-50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올해는 탬파베이로 팀을 옮긴 김하성 선수도 수비에서는 유격수와 2루수, 3루수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수비 실력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야구에서 이제는 공격만 잘하고 수비가 부족한 선수는 인기가 떨어지고, 수비에서도 하나의 포지션보다 여러 포지션에 능력이 있어야 더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어떤 인재가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사실 인재상에서도 정답은 없습니다. 회사마다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역량이 다를 수 있고, 업무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인재상에서는 두 가지 타입으로 이야기합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입니다.
1)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특정 분야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전문 지식이란 무엇일까요? 특정한 기술이나 경험, 지식이 있는 사람을 이야기할 텐데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전공한 학과도 이에 해당하겠죠.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면, 전공도 조금 더 스페셜한 분야가 있습니다. 의대를 진학해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할 때면 의사라는 전문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시험을 보는 것이겠죠. 인턴이나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전공의로 가면서 조금 더 전문 분야로 세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전공한 경영학과보다는 회계학과가 조금 더 전문화된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대학교에 다니면서 스펙(spec)을 쌓기 위해 자격증을 많이 취득한다고 하는데요. 자격증 중에서도 취득에 오래 걸리는 분야는 조금 더 스페셜한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2)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는 여러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실 특정 분야에 관한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러 분야 두루두루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데요. 그 깊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단지 여러 분야에 대해 안다고 해도 그 지식의 깊이가 낮으면 인정을 받기 어렵습니다. 박지성과 김하성 선수가 여러 포지션에 인정을 받는 것은 여러 포지션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는 지식을 얻기 쉽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봐야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여러 분야에 관한 지식과 기술이 있어도 쉽게 찾거나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의 지식과 기술로는 ‘나의 역량’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인재상을 다른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T형 인재상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HR(인사, 인적자원)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T형 인재상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장점을 살린 인재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T형 인재는 글자 모양처럼 ‘ㅡ’는 제너럴, ‘I’는 스페셜을 뜻합니다. 즉, 한 분야 정도에서는 확실한 전문 역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한 역량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는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식이나 기술에서도 전문가처럼 아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그 지식과 기술이 있는지 찾을 수 있고,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즉 한 분야 정도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분야에 관한 이해가 높아야 회사에서도 여러 분야, 부서와 협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멀티태스킹 역량을 해석할 때는 너무 과하게 고려할 필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할 때 동시에 여러 일을 잘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허상이 있습니다. 다만, 여러 분야에 역량을 갖는다는 의미는 꼭 여러 분야에 지식과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에 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회사 시절에는 제가 속한 영업-유통 업무를 주로 했지만 다른 부서나 관련 회사(물류 대행 등)의 업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회계나 재무 분야의 일과 관련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해와 영업 부문에 있을 때는 통관 및 해상 운송을 대행하는 협력사의 업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영업과 유통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도 먼저 공부했습니다. 제품(타이어 제품과 기술)도 공부하고, 영업에 필요한 채권, 물류, 기술 등의 공부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거래처에 관해 나만의 관리 파일을 만드는 등의 나름대로 매뉴얼을 만들고, 정보를 관리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처음부터 잘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술 분야가 아니면 입사할 때부터 그 업무에 전문 역량을 갖고 있진 못합니다. 일을 하면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서 나만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제너럴 한 능력은 앞서도 말한 것처럼 내가 하는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 있는 부서의 업무부터 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확장해서 직접 연관성은 적더라도 회사에서 중요한 부문의 업무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문성을 높이고, 관련 있는 부분부터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를 나와 지금은 자영업자로서 동네책방 & 카페 &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금은 더 많은 제너럴 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1인 기업으로서 모든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니 더 많은 제너럴 한 역량이 필요한데요. 그럼에도 중심이 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역량입니다. 책방을 운영 전반에 걸친 기획과 특히 유용한 책을 기획하는 역량(책방운영 책, 지원사업에 관한 책, 회사 일에 관한 책 등)을 통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기획력을 통해 강의를 만들고 컨설팅까지 확대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도 부족하지만 조금씩 역량을 늘리고, 확장하려 합니다.
취업만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데도 나의 인재상이 어떻고, 내가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역량의 전문성을 개발하고, 제너럴 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인재상을 만들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