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5. <팀 역할과 보고>에 관하여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by 이철재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다섯 번째 이야기. <팀 역할과 보고>에 관하여.

15 팀 역할과 보고 01.jpg


이제 직장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직장 생활이란 가족공동체를 떠나 공동의 목적(기업의 목적)을 갖고 생활하는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가족공동체에서나 학교/동아리에서 여러분은 가족에게 그리고 형제, 선후배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사회공동체인 직장에서 여러분도 물론 아낌을 받고,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본다면 가족이나, 학교와 달리 회사는 목표나 역할이 명확하고, 성과 지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직장 생활에서 ‘나’의 위치를 잘 알고, 할 일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도 잘 만들어가야 합니다. 회사 혹은 조직 생활을 할 때 중요한 것으로 팀 역할에 관해 이해하고, 업무 보고에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두 가지인 ‘팀 역할’과 ‘업무 보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조직이나 회사에서 팀 역할에 관해서입니다.


비교적 규모가 있는 회사나,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조직은 팀으로 구성됩니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모여 팀이 되고, 팀들이 모여 부문이나 더 큰 단위의 조직을 이루기도 합니다.


조직의 기본 구성이 이처럼 팀으로 이루어지는데요. 팀은 보통 팀장과 팀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여러 팀이 모여 임원이 관할하는 부문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팀 단위의 구성이 기본입니다.

팀의 규모는 조직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3~4명 규모의 작은 팀에서, 수십 명 규모의 팀으로 구성되기도 합니다. 물론 팀제가 아닌 전통적 피라미드 조직에서는 위계질서가 강조된 조직구조를 갖기도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팀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팀장과 개인별로 업무를 진행하는 팀원이 있습니다. 팀 제도라는 것이 명확한 구조로 되어 있기보다는 예전 조직 체계에서는 팀 인원이 많은 경우 선배와 신입사원 혹은 선임과 신참 사원이 같은 일을 함께하거나, 팀(부서) 내에서 후배 사원은 선임 사원이 시키는 일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경쟁이 심해지고, 회사도 과거에 비해 성장이 정체되고 여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요즘 회사는 팀 제에서 팀원들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업무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선배가 더 능력이 많아서(꼭 동의할 수는 없지만 많이 아기에) 맡는 일이 많고, 후배 사원의 업무를 도와주거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대체로 업무 책임은 각 팀원에게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뽑을 때면(경력직이든, 신입사원이든) 팀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곤 합니다. 취업 환경에서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경력 있는 사람을 원하기에 경력이 없는 대졸 사원은 취업하기 어렵다는 자조적인, 아니 불합리한 요구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신입사원 혹은 팀 이동으로 새로운 팀에 들어간다면 팀원으로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초기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팀 전체의 목표와 역할을 이해하고, 팀원으로서 그 역할을 잘하기 위한 맥락을 이해하고, 개인의 역량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하게는 팀에서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합니다. 팀제에서 팀원들이 각자의 일에만 몰두한다면 팀 단위로 진행되는 일이 취약하거나 담당자 부재 시 업무가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멀티태스킹 능력이 주목받듯이(여기서 멀티태스킹 능력이란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뜻입니다.) 다른 팀원들의 일도 대신에 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됩니다(자기 일에 대해 매뉴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부재 시 다른 팀원이 내일을 대신할 수 있게 하려고 매뉴얼을 만들면서 일에 대한 프로세스 정비도 가능합니다). 팀원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 올바르게 따라가거나 앞서갈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배에서 노를 젓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 젓느냐 모르면서 젓느냐는 많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팀제에서 팀원은 업무에 있어 개개인의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업무가 모여 팀의 유기적 업무가 되듯이 각 개인의 역할 흐름을 이해하고, 팀 전체의 업무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옆 팀원의 업무를 단순히 대신할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는 맥락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15 팀 역할과 보고 02.jpg



두 번째, 회사에서 보고하는 것에 관해 알아봅시다.



여러분이 직장 생활을 하면 일하는 중에 많은 보고를 하게 될 것입니다. 보고는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요? 우선 팀제이니 팀장에게 보고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임원이 팀장이 아닌 담당자인 팀원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할 때도 있고, 때로는 사장에게 보고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회사 시절을 돌아보면, 규모가 큰 대기업임에도 사장이 바뀌었을 때 혹은 임원이 바뀌었을 때면 새로 온 사장이나 부사장 혹은 임원에게 팀 업무 및 팀원 개인별 업무 보고를 할 때도 있었는데요. 특히 팀원이 사장이나 부사장에게 보고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팀 제도에서 팀원은 대부분 팀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보고라는 것은 꽃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받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팀장인 상급자도 팀원에게 그동안 팀 내외부에서 일어난 일을 공유하는 것도 보고라 할 수 있고, 팀원들 사이에서도 회의 시 각자의 업무 보고를 하는 것이 꼭 팀장을 향한 것만이 아닌 동료인 내게도 보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팀 회의에서 팀장을 포함한 팀원 모두가 업무를 공유하고, 팀 목표를 향해 얼마를 달성했는지, 개인별 업무 진행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공유하면서, 문제 사항을 공유하고, 해결할 방안을 함께 노력할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팀장의 일방적인 지시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팀 회의는 서로 교류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만난 팀장에 따라 상명하복과 함께 논의하고, 보고를 공유하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제가 만난 팀장 중 70% 이상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30% 미만이지만 개방적 소통 방식의 팀장을 만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합리적인 소통방식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회사를 나온 지금, 1인 기업으로서 동네서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일 체험 청년이 서점에서 일할 때면 이와 같이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프로그램 기획을 할 때면 시인과 소설가를 비롯한 강사나 진행자와 프로그램 기획 방향과 대상, 진행 방식을 논의할 때면 회의를 비롯한 진행 사항을 공유하고, 수정하는 것을 함께 논의하려고 노력합니다. 일 체험 청년이 서점에 오면, 초반에는 아무래도 업무 수행 방식이나 태도 등에서 가르치는 것을 중심으로 하지만, 청년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회사에서 지시한 업무를 할 때 <중간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업무를 지시한 팀장과 지시받은 팀원이 처음부터 같은 목표를 갖고, 같은 방식을 생각하며, 같은 속도로 맞춰서 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팀장이 생각한 목표와 팀원이 생각한 목표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을 다르게 출발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길은 여러 갈래가 있고, 선호하는 길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개인의 성과를 위한 곳이 아닙니다. 팀장과 팀원이 합심해서 좋은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함께 가야 효율적으로 갈 수도 있고,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할 길을 찾아서 함께 가기 위해서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방향을 맞춰야 합니다. 자동차는 휠 얼라인먼트를 보는데요. 이는 바퀴를 정렬시켜 차가 올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잡아줍니다. 마찬가지로 팀장과 팀원은 중간보고를 통해 올바른 길을 함께 가기 위해 정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직원은 중간에 보고하면 팀장이 자꾸 이것저것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에 촉박하게 보고한다는 이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팀원이고, 또 어떤 팀장이 되고 싶나요? 중간보고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팀장과 팀원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첫 중간보고는 가능한 빠르게 할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보고에 있어 보고하는 사람은 자신의 언어와 맥락으로 보고하지 말고, 보고 받는 사람의 언어와 맥락으로 해야 합니다. 보고받는 사람이 사장이라면 사장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혹은 소비자에게 보고하거나 권하는 것이라면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팀장도 팀원에게 이야기할 때면 팀원의 눈높이를 고려한 지시를 해야 합니다.


바둑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수를 두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보고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앞서 가지 않더라도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어떤 일이나 보고도 좋은 결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4. <관계와 소통>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