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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일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관하여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by 이철재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여섯 번째 이야기.


<일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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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나면, 오늘은 도대체 뭐 하며 보냈냐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동네책방과 카페를 운영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별로 없는 날이 많기 때문인데요. 나는 회사 생활을 할 때나 혼자서 책방을 운영하는 지금이나 일을 하는 데 있어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무엇인가 바쁘게 보내면서도 과연 내가 하고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 일을 하는 데 있어 ‘효과성’과 ‘효율성’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는 옛 회사 동료를 만나거나, 다른 동네책방 운영자를 만날 때면 일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자주 언급하곤 합니다. 일에 있어 효율성은 무엇일까? 이는 투입한 자원 대비 산출되는 결과물의 비율이 좋은 것을 말하는데요. 효율성이 좋다는 것은 적게 투입해서 많은 성과물을 얻을 때를 말합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직원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업무를 잘한다는 말은 듣지 못하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실적은 항상 뒤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동료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항상 좋은 실적이 나오고,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이도 있습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은 무조건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여 투입한 자원(노력이나 시간, 돈)이 성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효과성은 무엇일까요? 효과성이란 얼마나 목적에 맞는 성과를 내는가를 의미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목적, 예를 들면 손익을 높이거나, 고객을 늘리는 목적에 맞게 일을 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많은 성과를 낸다고 해도 목적에 맞는 방향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매출액을 성공적으로 높였다고 해도, 너무 값싼 제품만 판매가 늘었다고 하면, 목표했던 수익성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회원 고객을 많이 늘렸다고 해도, 그 고객들이 회원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면 지속적인 회원 확보의 목적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이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은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특히 개인의 업무 역량을 측정하는 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이는 개인이나, 기업처럼 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1인 기업으로서 서점과 카페 그리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비교적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의를 직접 하기도 합니다. 비교적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하루의 일과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게 되는데요…


서점의 일로서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매출과 재고관리, 새로운 책 데이터 및 회원리스트를 엑셀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까를 고민하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곤 합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하면서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모객, 정산 관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큰 조직에서 일하든, 작은 기업이나, 1인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도 ‘일’이란 것은 일정량의 분량이 늘 생겨납니다.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비록 1인 가게를 운영해도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효과적인 측면에서)을 하고, 일을 할 때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효과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남자들이 군대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 중에 밤새 행군을 했는데 행군을 이끈 중대장이 말하길 “이 산이 아닌가 봐”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이는 리더가 명확한 목표를 모르거나 혹은 잘못 알고서 팀원, 중대원을 이끄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요. 조직에서도 리더가 열심히는 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목표에 나아가는 중간 관리를 하지 못해서 잘못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간 단계를 점검하며 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목표는 멀리 있을 때는 나에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큰 조직일수록 비전이란 말로 개념을 정리하기도 하는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단계적 목표를 만들고, 달성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인 기업이나 가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나 자신의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들을 관리해야 할까요?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책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책방을 알려서 방문객을 늘리고, 좋은 책, 잘 팔릴 수 있는 책을 찾아 전시하고, 소개도 해야 합니다. 열심히 책을 소개한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라 내 책방을 찾는 손님의 특성은 어떤지, 가장 많은 고객층이 찾는 책의 종류는 무엇이고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등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책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개인 판매뿐 아니라 도서관 납품을 늘리고, 기업 고객을 찾아 판매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종이책 독서량이 감소하는 시대에 종이책 판매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북토크 등 책에서 파생된 다양한 콘텐츠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실 1인 사업자가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책방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매출과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그 책방에 어울리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보통 일을 잘한다는 것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서 가능한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을 못 한다는 것은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일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어떤 사람은 목표 달성을 위해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설렁설렁 일하는 것 같으면서도 할 일을 다 하는(목표는 달성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지만, 성과 없는 일에만 매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하나 효과성을 이야기하려면 올바른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사실, 올바른 목표 설정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면 항상 내년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계획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경쟁 속에서 그 ‘회사’가 얼마나 더 경쟁력 있게 성장하느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달성할 수 있는 성장 목표에서 최대로 정할 것인가? 이상적으로 과도한 목표 설정을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것으로 정할까?라는 방식입니다.


물론 회사의 목표는 단순하게 매출만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 환경 및 경쟁 속에서 ‘내’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그 성장에는 질적, 양적, 혹은 규모 등 다양한 요소에서 회사의 지속과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효과성과 효율성에 관한 이야기 중에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 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기에 소가 두 마리 있습니다. 각각의 소는 150kg의 무게를 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마리의 소는 얼마나 끌 수 있을까요?


정답은 300kg 일수도 있고, 150kg 일수도 있고, 0kg 일수도 있습니다. 소가 같은 방향으로 끈다면 300kg 일수도 있고요. 90도 방향으로 나누어 끈다면 150kg이고, 서로 반대로 끈다면 0kg이 될 수도 있습니다. 효과성이란 이런 것입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입니다. 이는 기업이나 작은 가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목표 설정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효율성이란 평소에 소가 끄는 힘이 150kg이라면 달구지를 만들어 보조하는 것처럼 바닥의 무게는 150kg까지 끌지만, 바퀴가 달린 달구지로 200kg, 300kg의 무게를 끌게 하는 것입니다. 같은 힘으로 더 많이 끌게 하거나, 더 적은 힘으로 끌게 하는 것이겠죠. 때로는 바퀴가 고장 나서 효율적이지 못 하게 되면, 옮길 수 있는 짐은 100kg, 50kg으로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소를 끌고 가는 농부는 두 마리의 소가 같은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 나란히 세우고, 튼튼하고, 기름칠 잘 된 달구지를 씌어서 300kg이 아닌 500kg, 1,000kg의 짐을 싣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게에서 사장은 효과성을 더 중시하고, 직원은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장은 목표지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고, 직원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사장은 목표지향적이면서도 생산 효율성, 원가절감 등 효율성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사장이 모든 것을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원가 개념이나 고정비, 변동비 및 인건비 등의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함은 중요합니다.


가게에서 일 잘하는 직원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직원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일머리’라고 하는 것은 주어진 일만 잘하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주변 사람(환경)의 관점을 잘 아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사장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직원의 일을 할 뿐 아니라, 같은 직원들의 입장, 손님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1인 가게이지만 가끔 일 경험 지원사업으로 청년들을 멘토링하며 일을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그때 일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두 단계 이상을 고려하라고 합니다. 직원으로서 지시받은 일만 생각하지 말고, 팀장이나 지시하는 리더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그 이상(회사에서는 임원)의 직책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라고 합니다. 바둑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수를 두는 것처럼, 일 잘하는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나보다 두 단계 이상 높은 직급에서 바라보며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고객으로서도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사실, 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말이나 행동을 주의한다면 좋은 사람이 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됩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효율성과 효과성을 내가 하는 일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조직에서는 직책이나 직급에 따라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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