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일곱 번째 이야기.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면 지하철을 타고 갈지, 버스를 타고 갈지, 아니면 택시를 타고 갈지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겠지만 늦잠 잔 날이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에서 식사할지, 나가서 외식할지, 팀원들과 함께 식사할지, 동기들과 식사할지 아니면 점심을 거르고 운동이나 모자란 잠을 청할 때도 있습니다.
퇴근 무렵 술 한잔이 생각나 동료들 혹은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을 수도 있고, 집으로 일찍 들어가서 TV를 보며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의 선택뿐 아니라, 운전할 때면 동부간선도로로 갈지 서부간선도로로 갈지, 고속도로로 갈지, 국도로 갈지를 결정하기도 하고, 전공을 선택하거나, 취업할 때도 어떤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낼지도 선택하게 됩니다.
이처럼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는 어떤 기준이나 생각으로 선택해야 할까요? 사람마다 선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는 다양합니다. 요즘 현대인에게 ‘선택’을 어려워하는 ‘결정장애’가 있다는 말이 많기도 합니다.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르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고를 때도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자주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외출할 때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선택하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사례로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옷을 선택하는 데 고민하는 시간이 줄이기 위해 검은색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항상 입었다고 하고, 메타(구 페이스북)의 대표인 마크 저커버그도 똑같은 반팔 티와 후드 티를 주로 입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을 최소화해서 본인의 선택(=의사결정)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람은 일상에서, 업무에서,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선택의 상황에서 어떻게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옷에 관한 선택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똑같은 옷을 입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선택이란 이처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해서 선택에 필요한 관심이나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선택에 집중하기 위해 비교적 중요도가 적은 일에 관해서는 선택에 필요한 시간이나 고민의 강도를 줄이고, 중요한 선택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카페에서 음료를 고를 때 선택지를 단순화하는데요. 저는 음료 주문 시 95% 이상은 아메리카노를 선택합니다. 더울 때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덥지 않으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고르는데요. 계절이 바뀔 때면 핫과 아이스 중에 고민하기보다는 어느 시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기 시작하면 이를 거의 이어갑니다. 가끔은 거피 대신 다른 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그때는 조금 더 고민하지만 대체로 음료 주문은 바로 빠르게 결정합니다.
식사할 때도 새로운 식당에 가면 첫 번째 방문에서는 기본 메뉴 중에 대표 메뉴를 선택하고, 다음 방문에서는 차례대로 다른 메뉴를 주문하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제게 식사 메뉴 정하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기도 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식을 좋아하지만, 서양식이나 동남아식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대체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서는 내게 대체로 선택권이 주어지고, 그 선택이 어떤 결정적인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어떤 학교에 원서를 내야 할지 선택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조금 오래된 이야기라 전 ‘학력고사’ 시대에 대학 입학을 준비했는데요. 지금의 수능과는 입시제도가 많이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전기대학’, ‘후기대학’, ‘전문대학’ 입시로 나누었는데요. 학력고사 시험을 보기 전에 ‘전기대학’에 한 개 학교만 응시할 수 있었고, 그 학교에서 3개 학과에만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전기대학에 1지망 00학과, 2지망 00학과, 3지망 00학과를 선택한 후에 학력고사를 치르고, 성적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며, 전기대학에 떨어지면 다시 ‘후기대학’을 한 곳에 응시하고, 또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전문대학’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비교적 학력지수를 잘 알고 있는 담임 선생은 내가 평소 모의고사에서 나온 성적을 토대로 안정적인 학교의 안정적인 학과 선택을 권했습니다. 사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그렇게 학생들의 성적에 맞춰 많은 수를 대학에 보내는 학교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은 다른 견해로 선택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의고사 성적보다, 실제로 내가 달성할 수 있는 성적을 높이 본 것이지요. 당시에 여러 맥락이 있으니 이를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다는 그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내가 어떤 기준을 갖고 있었는지입니다. 사실 당시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나 스스로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선택에서는 대체로 관대한 편입니다. 주변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에 관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학교와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학과도 혹시나 모를 탈락을 걱정해서 비교적 점수가 낮은 쉬운 과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1지망 경영학과, 2지망 경제학과, 3지망 무역학과를 선택했는데요. 3개 학과 모두 비슷한 점수대가 예상되는, 즉 1지망에서 떨어지면 3지망까지 줄지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저의 핵심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시 담임 선생은 내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그 학교가 힘드니, 지방에 있는 학교를 권하기도 하고, 굳이 그 학교를 가려면 학과를 낮은 점수대의 학과로 갈 것을 권했습니다. 당시 고3으로 어렸던(?) 나에게 권했지만 통하지 않자, 부모님을 통해 설득하려고도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집에서 학습과 교육에 관해서 부모님은 거의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은 하셨지만, 당신들이 나에게 학습 방법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으셨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저에게 학교 선택에 있어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 흔들림 없이 제 선택을 밀어붙였습니다. 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고, 이는 누구도 아닌 내가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의 선택은 대학입시에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혹은 그 선택 탓에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시의 선택과 결과에서 내가 온전히 감당했던 결과였습니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내 의지와 내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선택권’을 내가 어떻게 갖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한 대학입시에서도 결국 제가 대학과 학과를 결정한 것에는 단지 저의 고집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준비한 모의고사 성적에는 퍼즐처럼 차근차근 짜 맞춰 준비했기에 모의고사 성적에는 나오지 않는 학력고사 기대 성적을 나름 잘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학교와 학과를 성적에 비해 올려 낸 것으로 보이지만 내게는 어느 정도 확신한 성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학력고사 시험은 잘 치르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시험이 쉬워서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했는데 전 상대적으로 기대했던 성적보다 덜 나왔거든요. 그럼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 통제한 성적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입사할 때도 어느 회사에 원서를 낼지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저는 IMF 이후에 졸업했기에 취업 기회가 이전보다 줄었는데요. 당시에 입사 원서를 내면서 생각한 것은 일단 내가 가고 싶고, 갈 수 있는 곳에 모두 원서를 냈습니다. 일단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입사에 합격하고 나서야 그 회사를 가야 할지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취업이 워낙 힘든 시기라 여러 회사에 합격하는 취준생이 많지는 않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비교적 취업 기회가 많아서 여러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좋은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자 했기에 대기업을 선호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학 학점이 그리 높지 않고, 영어도 잘 못해서 취업에 약점이 있었는데, 상대적인 강점인 사회성과 면접에서의 적극성을 어필하곤 했습니다. 사실 중소기업 혹은 근무 환경이 열악한 곳은 취업하기 수월했지만, 대기업을 가려했습니다. 그럼에도 IMF 이후의 기업 환경에서 비교적 기준을 낮춰서 가는 동기들도 있었고, 저 또한 몇 곳 중소기업에 먼저 입사 확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그 회사들이 처우와 실제 근무 여건을 파악하니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입사 원서를 낼 시점에서는 잘 모르기도 했고, 면접을 보면서 조금 더 그 회사에 대해 알게 되는데요. 특히 면접 과정에서 회사가 나를 면접하는 것만이 아닌 내가 그 회사를 면접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신입사원 후보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면접관들의 나에 대한 태도와 상황은 내가 그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나에게도 선택의 기준이 됐습니다. 회사에 원서를 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과 특히 면접 과정에서 체험하는 경험은 나의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방에 오는 학생 중에 취준생에게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면접을 볼 때 너도 그 회사를 면접하라고, 아무리 취업이 힘들다 해도 자신의 선택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선택권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어 면접까지 합격해야 합니다. 그 이후에 나에게 선택권이 오는 것입니다.
회사 일을 할 때나 개인적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하느냐 마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간단한 선택이 됩니다. 여러 가지 안 중에 선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안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어떤 일에는 역량을 갖추어야 선택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전 책방을 운영하면서 세무신고를 직접 하고 있는데요. 사업 초기부터 부가세와 소득세를 비롯한 원천세를 신고하면서 직접 할 것인지, 세무사를 통해 신고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세무 비용 부담을 줄이고, 회사 경험과 경영학과 전공(이미 수십 년 전에 배운 것이지만)을 살려 직접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세무를 전문으로 배우지는 않았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매번 새롭게 배워가며 세무신고를 하고, 실수도 잦았지만 신고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어가며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개인이 세무신고에 선택권을 가지려면 독학을 통해서라도 세무신고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선택권이 내게 오기 때문입니다. 내게 배우지 않고, 세무신고 역량이 부족하다면 내게 선택권이 없이 세무사에게 맡겨야 합니다. 회사에서 거래처를 선택할 때 다양한 안을 검토하려면 여러 거래처를 파악해서 알아야 한다. 거래처를 파악해서 선택할 수 있는 거래 안을 늘리는 것도 내 선택권 혹은 회사 선택권을 늘리는 방법이 된다.
이처럼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내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선택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나도 다양한 선택지를 찾을 수 있는 역량과 더불어 선택이 미치는 후속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여러분의 선택권을 주도적으로 갖기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