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책인감 책방지기가 들려주는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일과 삶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일 잘하기 위한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열아홉 번째 이야기.
요즘 내게는 고민거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교적 많은 조직이 있는 회사에서는 업무에 있어 판단할 사항이 많았습니다. 임원이나, 팀장이 지시하는 일을 무조건 따를 수도 있지만(사실, 내 판단보다 상사의 지시에 고민 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았죠), 상사의 지시를 나의 내면에서 다시 정의해서 판단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자영업자로서 홀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사업을 통해 단체와 소통할 일도 있고, 다른 서점과의 연대와 교류에서도 소통할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타인과의 협업이나 교류 과정에서 보이는 판단의 비합리성 때문에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와의 소통 과정에서 일어나는 즉각적이면서 즉흥적인 반응에 대해 많은 고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요청 사항이 내가 속한 단체가 대응할 일이 아님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고, 단체가 대응하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일의 경중이나 관련성에 관한 판단 없이 무조건 대응하는 것에 옆에서 지켜보는 나 또한 스트레스가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 시절, 영업 지점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영업 부분 본사에서는 매월 초에 가격 정책이 나옵니다. 회사의 재고 상황에 따라, 생산 일정에 따라, 중점적으로 판매할 규격에 대해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이를 영업지점에 공지합니다. 영업사원은 이를 숙지하고, 대리점에 방문해서 취지를 설명하고, 그 대리점에 필요한 프로모션을 추천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곤 했습니다. 본사 임원이나 팀장, 지점장 등은 가격 정책은 영업비밀이라 절대로 프린트해서 대리점에 주지 마라, 영업은 현장이 중요하니 지점에서 빨리 나가서 대리점에 설명하고 매출 받아오라고 독려합니다.
저는 지점 영업사원일 때 본사의 이런 지침에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응대했습니다. 사실 직급도 낮지 않았을 때인데요. 우선 본사의 월초 가격 정책(프로모션)을 하나하나 분석하려 했습니다. 제품에 따라(참, 저는 타이어 회사에 다녔습니다) 승용차용 타이어와 SUV용 차랑 타이어, 그리고 대형 버스나 트럭용 타이어의 프로모션을 구분하고, 다시 세분해서 내가 담당하는 대리점에서 가져간 재고와 대리점의 실재고를 고려한 프로모션 소개를 하려 했습니다. 물론 전체 가격 정책을 그대로 대리점에 전달하는 것은 영업 관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말로만 전달하는 것은 오해와 잘못된 전달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 위주로 프린트 혹은 문자로 정확하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또한, 이런 준비 과정이 필요하므로 준비 없이 일찍 현장에 달려가는 것을 기피했습니다. 대신 상담 준비는 지점에서 하고, 대리점에서는 긴 시간을 보내지 않고 효율적인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본사의 영업 지침이나 전달을 지점에서 회의로 공유에 집중하지만, 대리점에 영업을 나가기 전에 내 기준에 따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를 저만의 의사결정 내재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영업사원들이 본사 정책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대리점에 가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영업사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상사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지적하곤 했는데요. 자신의 판단 없이 전달만 하는 사람들을 ‘메신저’라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지시 사항을 개인이 주관적으로 해석해서 전달하라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오너, 임원, 등이 지시하거나 본사 영업의 프로모션 정책 등은 큰 틀에서 움직이는 사항입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를 현업에 반영할 때면 미시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분석과 적용이 필요합니다. 영업사원으로서 저는 본사의 거시적 제품 가격 운영 중에, 대리점 유형 맞는 세밀한 가격 정책을 분석하고, 내가 담당하는 대리점에 유리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모션을 권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시를 즉각적으로 이행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판단 과정에 필요한 ‘완충적’ 생각, ‘숙고할 시간’,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범퍼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조직 구성원 혹은 사업자로서 외부의 요청이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순발력’ 있다고 하거나, ‘대답이 빨라서’ 좋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매우 ‘성급하다’라고 생각되거나 ‘숙고하는 시간 없이’ 무분별한 ‘반응’만 남발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거나 너무 오랫동안 생각만 하는 것도 옳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내가 생각할 여유를 갖고 응대해야 합니다.
이처럼 판단하고, 대답하기에 앞서 ‘행동이나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판단이 잠시 머무르는 심리적, 인지적 구간’을 <판단의 완충지대>라고 합니다. 이는 판단에 앞서 망설이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판단의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마음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조정하는 과정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는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뿐 아니라 개인이나, 사회의 의사소통에서도 중요합니다.
특히 개인적인 관계보다 조직 생활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직이나 사회, 개인과의 관계를 모두에서 나와 타인과의 교류에서는 이 말이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이 내게 주는 자극에 대해 틈(공간) 없이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판단의 완충지대인 틈(공간)을 거쳐 나의 ‘선택’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타인(사람)과의 관계에서 타인이 내게 주는 자극(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임원이나 팀장처럼 윗사람의 지시도 있고, 친구가 의견을 묻는 말일 수도 있고, 거래처의 불만 사항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내 판단이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상대방에서 잠시 기쁨을 줄 수는 있어도 틀리거나, 깊은 생각이 담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지 상대방의 말에 반응 정도를 하는 것은 괜찮으나 내 선택이 담긴 판단을 전할 때는 틈을 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기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생활에서 써볼 수 있는 유용한 팁으로
하나는 상대방의 질문을 다시 반복해서 먼저 말하는 ‘버퍼 문구’를 써볼 수도 있습니다. 군대에서 복명복창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질문을 다시 되짚어 이야기함으로써 질문을 정확히 이해했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며 그 말을 하는 동안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몇 초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 표정 없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상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생각하고 있음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것도 좋습니다.
면접에서 질문받았을 때는 이처럼 버퍼 문구나 생각할 시간을 두는 것도 좋지만, 잘 모르는 것이나 오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거나, 이번 기회에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급하게 실수하는 것보다, 생각을 깊이 하는 것이 더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