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군대를 제대한 후 아무 생각 없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에 올라서서 레일 위를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학점도 낮고 영어도 잘 못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취직이 잘 된다는 공대에 있다는 생각에 나도 나중에 어떻게든 잘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교와 전공에 적응하지 못해서 경험이라도 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외활동을 지원해서 몇 개 해봤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재밌는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끝나고 나면 허무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지만 매일 하는 것이 비슷비슷 하다는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찾으려고 했지만 무언가 하나에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뭔가 좋아하는 것이 생겨야지 미칠 정도로 달려들 수 있겠는데 그런 것을 찾기 힘들어서 그냥 답답한 마음만 안고 모든 것은 그저 적당히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따져보면 이제까지 스스로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찾아간다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혼나지 않게 해 왔던 공부에 그저 성적 따라서 취업 잘 된다고 들어서 점수 따라서 갔던 공대였습니다. 1년 신나게 놀고 군대를 갔다 오니 이미 어리광 부릴 나이는 지나 있었고 수많은 과제와 시험에 치여서 그렇데 다시 1년을 보냈습니다. 사실 학교에 공부를 하러 가는 것 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버틴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해 봤던 적성검사나 성격검사는 저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몇 페이지 안 되는 종이가 나의 미래를 결정해 주지 못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직접 내 발로 뛰어보고 끝없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였으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되었지만 그때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말썽을 크게 부리지 않는 착한 아이었습니다. 그저 정해진 길로, 시키는 대로 걸으면 되었었고 그 길이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착실하게 걸어온 길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꼈을 때 들었던 혼란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나의 길을 탐색해야 되는 학창 시절에는 그냥 생각 없이 남들이 말해준 대로 따라가다가 이제야 그 고민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 한심하게도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런 고민을 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춘의 아픔을 풀어낸 책에서 말하듯이 20대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아픈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그 사실이 계속해서 불안감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20대는 가장 좋을 때이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때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속에 속해있는 저는 그 사실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불안이 들 때마다 위로를 받으려고 책이나 방송들을 보고는 했습니다. 자기계발서와 꿈에 관한 방송들을 보면 나의 고민을 어루만져 주면서 위안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도 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으면서 나의 고민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학점, 토익, 공모전 등 정형화된 스펙들이 다시 나를 괴롭혔습니다. 하나도 갖추기 힘들어 보이는 것들을 여러 개 갖춰야 그나마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적성과 면접이라는 벽을 통과해야지만 취업이라는 두 글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가 정말 내가 간절히 원하던 꿈의 직장이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정확하게 모르니 취업도 결국 대학교를 선택하듯 성적을 따라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복불복 같은 결과에 나의 인생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리고 공대를 선택할 때 했던 실수를 반복할까봐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남들에게 나의 특기와 취미를 얘기할 때 딱히 말할 것이 없어서 항상 고민이 되었습니다. 고민하다가 남들이 다 적는 운동, 독서를 취미라고 적고 나면 특기란 에는 적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 때마다 나는 무엇에 미칠 만큼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다는 사실에 괴로웠습니다. 내가 정말 미치도록 열심히 살지 못 했던 이유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 해서 그런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찾지 못하면 그냥 이렇게 대충 직업을 선택하고 평생 취미. 특기 란에 자신 있게 적을 것이 없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일단 영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영어훈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올바른 방향을 선택했고 하루 종일 미칠 듯이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영어가 나의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본 많은 변화들을 보면서 내가 이제껏 단순히 영어 실력만 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창시절 때의 밝고 자신감이 있는 나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성격도 더 활발해 지고 남들 앞에 나서거나 무엇인가를 해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졌습니다. 원래 언어는 성격이 활발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잘 배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국어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늘지만 외국어로 언어를 배우면 말을 많이 해 보고 부딪히는 사람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쉽게 바뀌지는 않아서 알면서도 잘 안 바꿔지는 것이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조금씩 성격도 밝고 활발하게 바뀌어 나갔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위의 외국어 습득자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성격이 원래 밝거나 내성적인 성격에서 외향적으로 변화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언어를 배우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어를 매개체로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어울리는 연습을 하면서 말하는 재미를 붙인 것입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억누르던 영어라는 트라우마가 벗겨져 한층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저 또한 영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학교 원어민 교양 수업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그룹 스터디를 하거나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는데도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영어를 주체로 하여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외국어 하나 어쩌다가 정복한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고 성격을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게 바뀌어 보자!’ 라는 목표를 함께 가지고 앞으로 나가면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어를 학습하면서 나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의 폭도 넓어졌고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영어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데 쏟아서 더욱더 나를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어를 습득하면서 단순히 영어를 익히는 것이 아닌 언어를 익히는 원리와 절차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스스로 정리하고 가르쳐 보면서 스스로에게 나름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확신은 ‘다개국어 구사자’가 나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았지만 항상 꿈으로만 묻어두던 그 꿈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영어역량을 강화하면서 일본어, 스페인어 등 관심이 있는 언어를 순서대로 차근차근 정복해 나갈 것입니다. 어떻게 외국어를 나의 언어로 습득하는지 알고 확신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하면 1년 정도 안에 훌륭한 일본어 구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영어를 학습하면서 저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 후기도 남기도 스스로 공부 방법을 정리해 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에 참여하고 이끌기도 하면서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나의 재능을 나눠 주는 것도 좋아합니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있었고 잘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만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결국 이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게 되었습니다. 내가 책을 쓸 지는 생각도 못 했지만 결국 내가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보상을 받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스스로를 가둬두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그 접점을 찾으려고 꾸준히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 끝에 어릴 적에 잠시 생각했다가 접어놓았던 꿈을 다시 펼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심을 하기 전에 한 인생 선배로부터 좋은 이야기 하나를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는 현실에다가 먼저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을 생각하지 말고 거꾸로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 다음부터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현실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에 거꾸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치열하게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스스로 다 개 국어 구사자가 되어서 언어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습득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외국어 학습 코치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는 99%의 확신에 1%의 마지막 조각이 갖추지 않았습니다. 그 1%의 확신을 위해서 앞으로 열심히 할 것이고 꾸준히 나의 길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 꿈을 향해서 달려갈 것이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나의 에너지를, 열정을 쏟을 상대를 정했으니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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