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대로 완벽하게 들리기를 기대했던 나를 되돌아보다
훈련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때였다. 분명히 대본에는 A 라고 적혀 있는데 배우들은 종종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내 귀가 이상해서 나만 잘 못 듣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그렇게 들리는 것인지도 헷갈렸다. 같은 단어와 문장도 제대로 발음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이럴 때는 들리는 대로 따라해야 할지 아니면 대본대로 해야 할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물론 배우는 완벽하게 따라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배우가 이상하게 발음한다면 난 계속 이상하게 따라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그리고 대본에 대한 불신도 들었다. 사람이 편집하다 보니 대본이 잘 못 될 수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많은 문장 중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나에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볼 때 배우들이 완벽하게 대본대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잘 못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나는 이미 한국어를 잘 쓰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폭이 넓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오류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어는 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 작은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를 볼 때 배우들이 완벽하게 대본대로 말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버리니 훈련하는 것이 더욱 편해졌다. 사람에 따라 발음이 좋은 사람도 있고 빠르게 말하다 보면 생략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모사하는데 집중하고 좀 다른 부분은 쓰기로 다시 익혔다.
물론 가끔가다가 나에게만 정말 이상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것은 사전을 찾아서 정확한 발음을 다시 인식하고 따라했다. 이 부분만 신경을 써 주면 다음부터는 큰 문제가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활자를 고집하지 말고 말할 때는 들리는 대로만 따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말을 구사하는 연습이 아니라 모사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성대모사 하듯이 그대로 따라해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소리로 말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리듬과 억양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그들과 같은 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대본대로 완벽하게 말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매일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해서 남편에게 구박받는 아내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새로 배달된 소포를 뜯어보려는 순간 남편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서 말합니다.
“건 또 뭐야!!”
남편은 분명 “건 또 뭐야?” 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모두 “그건 또 뭐야?” 라고 이해하죠?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요약하거나 조금 다르게 말해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그 뜻을 이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리는 대로 따라하되, 쓰기를 통해서 문장을 정확히 익히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