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연

by 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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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각 종 축제에 가면 엄마가 풍선을 사주곤 했다. 예쁜 풍선 하나 고르고 집에 돌아오면, 바람이 빠지거나 오는 도중에 풍선을 놓치거나 하는데 날아가는 풍선을 보고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었다. 엄마가 다시 사준다고 해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그 때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날아간 그 풍선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사람의 인연도 그런 거 같다. 수많은 꽃들 중에 가장 예쁜 꽃을 찾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연을 끊는 것 또한 쉽게 끊기 힘들다. 그 사람이 떠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끊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연날리기처럼 하늘 끝까지 날려 보내고 내 손으로 그 줄을 끊어야 한다. 어쩌면 우린 놓쳐버린 풍선처럼 내가 끊은 연처럼 우린 많은 사람들을 놓치고 보내기를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빠 산소를 갔다 오는 덕천 길에 홀로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그 나무가 눈길을 끈 건 넓은 땅 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꿋꿋이 버텨 있는 그 나무가 외로워 보이면서도 강인하게 보였다. 발걸음을 멈추게 한 그 나무를 보며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이 길을 넓은 밭과 벌초 때가 되면 줄지어 있는 차들 밖에 없어 볼거리는 없는 곳이지만 탁 트인 길을 따라 가다보면 꽉 막혔던 마음이 풀릴 때가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과 후 몇 년 사이에 난 여러 사람들과의 이별을 했었다. 마음이 정리도 되기 전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나의 인연들의 ‘죽음’을 보고 장례를 치르기를 몇 번씩 하면서 살아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람의 죽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게 되었다. 한 줌의 재가 된 당신의 온기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고, 차가운 땅 속으로 묻히는 걸 보면서도 당신의 죽음 서류로 정리를 해야 했고, 당신이 남긴 물건을 정리하며 수첩 사이에 꽂아 있던 하얀 편지 봉투를 열어 읽었을 때 가라앉았던 감정을 다시 쏟아 내야만 했다. 나의 인연들을 죽음으로 나와의 인연을 끊어 날아갔지만 한 동안 나는 그 연을 내 손으로 끊어 내기가 어려웠다. 얼마 전, 책방에서 시행한 독서모임에서 읽었던 ‘마르타의 일’ 책을 읽고 수아는 동생 경아가 살아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나도 시간을 돌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물음에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려 봤다.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내가 못해드린 거에 대한 저 멀리 있는 기억과 추억까지 떠올랐지만 점점 해가 지날수록 생각을 바뀌게 되었다. 오히려 더 부딪히고 더 싸우고, 더 갈등이 생겨 그 때보다 지금 내가 힘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모든 일은 자연스레 흘러 가는대로 두는 것이 나를 살아가는데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저 나무가 저 자리에서 잎이 나고 열매가 생기고, 다시 잎이 떨어지는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듯이 나를 너무 붙잡아 두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스스로 잘 해결해 나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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