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성공하자’라는 미니 팻말이 놓아져 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성공’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살았었다. 나의 꿈을 이룰 것이며 꿈을 이루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내 인생은 아직까지도 성공하지 못한 거 같고, 언제 성공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점점 의심이 든다. 언젠가 학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네가 생각할 때 성공한 인생은 어떤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는 고민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성공이죠. 건강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어린 아이에게 답을 찾는 경우가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단순할 수 있는 답을 어른들은 어렵고 힘들게 찾는다.
“그럼 네가 볼 때 선생님은 성공한 사람 같아?”
“네. 70%정도 성공한 사람인 거 같아요.”
이 정확한 수치는 뭐지 싶으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잘하는 것(우리를 가르치는 일)도 하고, 하고 싶은 것(글 쓰는 일)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그렇구나. 누군가에게 나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마 나머지 30%는 내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100%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지 않은 거 같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한 것보다 더 잘 보고, 잘 안다.
이런 말을 들은 건 한 두 번이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직장 동료, 친구, 지인들, 책방에 오는 손님들은 나를 보며 ‘부럽다.’, ‘좋아 보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겠다.’ ‘성공했다.’ 등 부러움에 섞인 말들을 듣는데 그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은 건 잠시, 정말 내가 부러울 정도로 살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직 나는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성공’은 아직도 멀었다고 느껴진다. 얼마 전, 친한 친구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이제까지 네 삶이 정말 부러웠는데 지금처럼 네가 부러운 적이 없어. 활기 있고 즐거워 보여.”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내 꿈을 이뤄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성공한 것이 아닐까. 나의 모습을 다시 보니 자유롭고,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있고, 이 과정을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를 느끼고 있는 걸 보았다. 내가 너무 크고 대단할 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만족 30%를 채우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꿈꾸며 기대하기보다 오늘을 즐기며 작은 행복이라도 찾는 것이 나의 성공을 높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화로를 타고 서귀포를 가다보면 멀리서 산방산이 보인다. 산방산은 나에게 그저 풍경 중 하나이며, 관상(觀賞)하는 산이다. 보기만 하던 산방산을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날이 좋은 날 산방산을 올랐다. 가파른 산방산을 오르며 ‘역시 보기만 해야 하는 산이었어.’ 생각하며 기어서 오르다 싶게 오르다보니 정상에 있는 부처님 불상 앞에서 저절로 겸손해졌다. 정상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어떤 바다보다 진하게 보였다. 산방산의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다리가 묵직하고 허리는 숙여가고 머릿속은 점점 하얗게 되어갔다. 이렇게 정상에 오르는 길은 무겁고 힘들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천천히 한 계단씩 오르면 넘어지지 않고 힘들면 잠시 계단에 앉아 바다를 보면 높은 산은 그렇게 힘든 산이 아닌 나에게 쉼을 주는 산이 될 수 있다. 기어서 오르던, 누군가의 손을 잡고 오르던 언젠가 정상에 도착할 것이다. 건강하게 도착해야 내려올 때도 무사히 내려올 수 있는 법이다. 나에게 관상이었던 산방산은 ‘성공’이라는 성취감을 준 산(山)이기도 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갔다는 성공과 다리가 후들거려도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무사히 내려와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대함과 겸손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성공한 사람인가?
“나는 성공의 정상까지 한 계단 남아있다. 이 글을 마치면 성공의 정상에 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