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해외여행은 홍콩이었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라 기대가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 우리가 계획한대로 잘 이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모험은 오히려 산뜻한 긴장감이었다. 내가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작아서 걱정이 되었다. 좁은 공간에 이층 침대와 1인용 침대 하나,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화장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작아 셋이서 이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숙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같이 온 친구들도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길도 모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돌아다니느라 긴장이 되어 삐그덕 거리는 것이 많았다. 길을 찾지 못하고, 내심 서운한 마음들이 나와 마음 상하는 일도 있었다. 낯선 곳에서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고 놀랐다.
홍콩 여행의 백미인 야경을 보러갔을 때 우리는 서운한 마음도 야경 앞에서 사르르 녹아버렸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도 다 잊어버리고 빛나는 건물들에 눈을 뗄 수 없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홍콩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숙소와 야경이었다. 처음 해외여행이라 실수도 많고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이것도 추억이 되고, 경험으로 쌓여 다음 여행을 갈 때 실수를 줄여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홍콩에 온다면 무엇을 할 지 어디를 갈 지 뭘 먹어야 할지도 알게 되고, 가장 중요한 함께 하는 사람과 여행을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홍콩의 야경과 다른 매력을 가진 대구 수성못에서 음악분수를 봤을 때 음악과 분수의 화려함을 보고 놀라웠다. 처음에는 사진 찍기에 바빴는데 어느 순간 카메라도 놓고 아름다움에 빠져 음악이 끝날 때까지 넋 놓고 보았다. 언젠가 산지천을 지나다 음악소리가 크게 나 놀란 적이 있었다. 수성못만큼은 아니지만 산지천에서도 음악과 화려한 분수 쇼를 보여주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산지천을 지날 때마다 사진을 찍곤 하는데 그건 볼 때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하늘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가끔 쉬어가는 새에 따라 다르며, 사람에 따라도 다르게 보이는 곳이다. 산지천은 동문시장과 가깝기 때문에 여행 온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동네의 한 곳이고, 여행자들에게는 여행지인 산지천을 걷다보면 가끔 나도 여행자가 된 거 같다. 내가 여행했던 곳을 떠올리며 걸어보면 산지천은 또 다르게 보인다.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보면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낯선 곳에 나를 두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조차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곳에서의 나는 불안과 후회와 걱정은 없어진지 오래고 다른 나를 꺼낸다. 정말 ‘나’를 말이다.
여행을 하고 흔히 놓치는 것, 시간에 쫓겨 정말로 보지 못하는 것이 많다. 관광지에 가서 인생샷을 찍고 남은 여행비용 다 쓰겠다고 쇼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를 자꾸 놓치게 되는 거 같다. 다시 한 번 여행을 한다면 이번에는 나에게 새로운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여행이 행복한 건 돌아갈 별이 있기 때문이에요. 반복되는 일상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만들어요. 하지만 여행지에서 걷다가 최고로 고단한 순간에 제일 그리운 게 뭔지 알아요? 그 진절머리 치던 반복의 일상들이죠.’
-고길동. 힘들었을 오늘도 중에서-
일상이 힘들 때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나의 지루한 것 같은 일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여행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잘 돌아와 내 삶이 결코 지루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