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라는 것은 받을 때도 행복하지만 줄 때 더 마음이 꽉 찬 느낌을 받는다.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상대방의 좋아하는 것, 그 동안 나눈 대화, 행복했던 표정들을 떠올리며 선물을 고른다. 이 선물을 받았을 때 상대방이 받을 감동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지곤 하기도 한다. 흘렸던 말과 행동을 기억해주는 그 섬세한 마음을 선물을 통해 받을 때 선물 받은 기쁨과 선물 준 사람의 마음에 더 큰 기쁨을 얻는다. 특히 나는 책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하는 걸 더 좋아한다. 책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책이란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무엇보다 그 책을 고를 때 상대방에게 맞는 책을 고르면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책을 통해 전해지기에 책 선물을 받으면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골랐을 지 그리고 읽는 내내 그 사람 생각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책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선물들도 기억이 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었다. 학원을 할 때 한 아이가 나에게 용돈으로 샀다며 예쁜 꽃 비누를 선물로 주었다. 보랏빛 나는 꽃을 보며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그 아이의 말에 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선생님, 흔한 빨간 꽃보다 다른 색의 꽃을 주면 더 좋아할 것 같아서 이걸로 골랐어요.”
이 어린 아이도 아나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흔한 거 말고 특별한 걸 해주고 싶어 한다는 걸. 감동받은 내 표정을 보며 나보다 더 좋아하고 흐뭇해하는 아이를 보며 나를 생각하며 이 꽃 비누를 고른 모습이 그려진다.
일 년에 딱 두 번 나는 나에게 선물을 한다. 생일과 크리스마스 날에는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는데 생일은 나 스스로에게 축하한다고, 크리스마스는 연말이 다가오니 올 한 해도 고생했다는 의미로 선물을 한다. 나에게 선물을 할 때 역시 나는 나를 생각하며 고른다. 생일에는 꽃 한 송이와 케이크 한 조각을 사서 가끔 나를 위해 작은 사치를 부려도 괜찮다. 그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식해준다. 크리스마스는 내가 필요한 거나 그 동안 갖고 싶었던 걸 사는데 물론 그냥 평소에 사도되는 거지만 이런 식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은 다른 의미로 특별하다. 그리고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절대 빠지지 않은 선물은 나에게 쓰는 편지이다.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잠시 참고 제 3자의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는 정말 다르다. 나에게 혹독하고 냉정하게 대했다면 편지에서는 그걸 누르고 정말 나를 위한 편지로 온화하고 따뜻한 말들로 다독여준다. 그래서 항상 생일과 크리스마스가 되면 작년 카드를 꺼내 읽는다. 내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었구나 보면 가끔 나에게 관대해질 필요도 있구나 싶다. 작은 선물 하나 해주는 것도 쑥스럽지만 막상 보면 좋아하는 나를 보면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는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칠성로 거리를 걸으면 곧 다가올 친구의 생일 선물은 무엇을 할 지, 요즘 고생한 나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 지 고민하며 걷는다. 그 동안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보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그냥 흘려보낸 것이 아닌 선물이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