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비온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지 않고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언젠가 눈이 소복소복 쌓여 그 길을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눈길을 한참 걸었는데 눈에 밟히는 그 소리가 듣기 좋고 하얀 입김이 나오는 것마저 새롭게 보였다. 눈 내리는 날도 이렇게 걷는데 비 오는 날 못 걸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우산을 쓰고 거리를 나왔다.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집에서 듣는 빗소리와 달랐다. 눈에 보이는 빗속의 거리가 다르니 소리도 다르게 들렸다. 동네 공원에 들어가자 비에 젖은 나무의 향이 걸을 때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밖에 나와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면 자연이 알아서 해준다. 뭔가 자꾸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찾다보면 내 일상은 모든 날이 특별해야만 할 거 같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우산 속에 나를 가려 조용히 소리와 향에 집중하다보니 고요함 속에 내 심장 소리가 점점 안정적으로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던 눈이 내리는 날이던 아님 날이 좋던 흐리던 주변은 날씨와 상관없이 예쁘기만 하다.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보는 마음과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오늘의 컨디션이 어떤지 그 날의 상황에 따라 나에게 장소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내가 책방을 운영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 겸 소품샵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 곳이 예뻐 보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나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싶었다. 그 마음이 시작되어 1년 뒤 나는 지금의 책방을 운영하는 주인장이 되었다. 당시 나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고민하여 결국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 나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지만 힘든 일도 있고,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 확실하기에 모든 걸 감수며 일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산은 내리는 비를 젖지 않게 막아주기는 하지만 비를 멈추게 해주지는 않는다. 지금 내리는 비에 힘들다면 잠시 우산 안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어보고 비에 젖은 향을 맡으며 나의 다른 모습을 보기를 바란다. 아직 나의 잠재된 능력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못 찾는다고 실망하지 말기를, 어쩌면 지금의 모습이 가장 자신의 어울리는 ‘나’일 수가 있다.
비는 그치게 되어있고,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생겨날 것이다. 지금 우산 안에서 잠시 비를 피하지만 언젠가 우산을 접고 하늘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온다. 나의 색깔이 하늘 위에 예쁘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