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니기 시작한 헬스장엔 탈의실이 갖춰져 있다.
탈의실로 진입하면 신발장이 나온다. 신발을 벗어 그곳에 넣어야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신발을 넣고 난 뒤 아무도 못 가져가게 잠가야 할 것 같았고, 때마침 신발장 문에 꽂혀있던 키를 이용해 신발장을 잠갔다. 그 키를 뽑아 탈의실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조금 커다란 사물함이 나오는데, 모든 문이 굳게 닫혀있다. 자연스레 들고 있던 신발장 키에 적힌 번호와 동일한 번호의 사물함을 찾게 되고, 그 키로 사물함의 문을 열어 옷을 보관했다.
응? 어디에도 설명서가 없었고 몇 년 만에 온 곳인데, 자연스럽게 태스크를 수행하는 나를 보며 당황했다. 어느 한 태스크라도 실패했다면, 신발을 넣지 않고 들고 가 버리거나, 신발장 키를 뽑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다음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근데 그냥 해버렸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과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문제없이 해내시는 걸 보며 결국 감탄했다.
이 시스템을 꽤 어릴 적 목욕탕에서부터 봐온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래전에 이런 경험을 설계했다니 놀라웠다. 지금 닥친 상황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하면 되는 건지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며 자연스럽게 보조해주고 있었다. 이게 정말 잘된 ‘사용자 경험 설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