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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Aug 01. 2019

맥도날드 키오스크 UX개선 프로젝트

사용자+@을 고려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하기

이제 막 디자인팀으로 발령받았던 나의 신입사원 시절, 리더로부터 흥미로운 과제를 받았다. 당시 맥도날드 매장 내 키오스크가 갓 도입되어 하나 둘 써보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기억을 되짚어보면 메뉴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의 플로우도 헷갈려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당시 6명의 신입 디자이너들이 있었고, 2명씩 한 팀을 이루어 약 한 달간 '맥도날드 키오스크 사용 경험을 개선해보라'는 과제를 받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언니와의 케미도 너무 좋았고, 참여하는 내내 너무 재미있고 배울 점 많은 프로젝트였기에 다시 한번 3년 전을 회상하며 얻을 수 있었던 인사이트를 정리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맥도날드는 왜 키오스크를 만들었을까?


무작정 키오스크의 UI를 개선하기에 앞서, 우리는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부터 접근해 보기로 했다. 맥도날드는 왜 키오스크를 도입하게 되었을까? 맥도날드는 키오스크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함으로써 발생한 시간을 활용하여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목적이 잘 달성되고 있었을까? 우리는 사람이 가장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런치 타임에 회사 근처 맥도날드로 찾아가 몇 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 관찰했다. (물론 그냥 앉아있기엔 눈치가 보여 수시로 디저트를 사 먹은 건 안비밀..ㅎ)


예전에는 3명의 카운터 직원이 있었는데, 1명으로 줄었고 대신 3대의 키오스크가 추가로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카운터 직원은 주문과 동시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 같은 간단하게 제조할 수 있는 디저트류를 맡았고, 다른 직원들은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으며, 또 다른 직원 1명은 나온 음식들의 최종 포장 및 서빙을 담당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키오스크와 카운터에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주문하고 있었고, 대기 장소 앞에서는 무수한 고객들이 주문번호가 스크린에 뜨길 기다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 상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서 주문받는 직원은 주방의 조리 상황을 고려하여 주문받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주방의 일이 너무 몰려 있을 땐, 고객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본인의 선에서 처리 가능한 디저트부터 후다닥 제조하여 서빙했다. 반면, 키오스크는 주방 상황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주문을 받고 있었고, 그렇게 고객들을 대기 장소로 쉴 새 없이 보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음식 수령 시 병목현상을 야기하며 기다리는 고객들을 더욱 지치게 했다.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심리적 부담이 생긴 직원들은 저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객들의 불만족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음식을 기다리다 지친 몇몇 고객들은 환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즉, 키오스크의 최초 도입 목적이 완벽하게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맥도날드의 이해관계자 분석하기


위 상황에 대해 각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맥도날드 고객직원을 직접 인터뷰했다.


맥도날드 고객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게 낯설고 어렵긴 하지만, 카운터 앞에서 마냥 줄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아요

햄버거 주문 전에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괜찮아요. 줄이 줄어드는 것도 보이고,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버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주문 이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를 기다리는 건 힘들어요. 주문 번호도 뒤죽박죽이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거든요.

햄버거는 몰라도,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를 받는데 30분 넘게 걸리면 정말 짜증 나요.


그들은 비록 키오스크의 불편한 UI가 주문 시간을 딜레이 시키더라도 주문하기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뭐라도 하며 시간 보내는 것을 선호했다. 또한 주문 전 기다림보다 주문 후 기다림을 더 싫어했다. 줄 서서 기다릴 땐 줄어드는 줄을 보며 대략적인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데, 순서를 알 수 없는 대기 번호로 제공되는 맥도날드 시스템으로는 내 햄버거가 언제 나오는지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끝으로 어떤 메뉴를 주문하는지에 따라 기다림의 Tolerance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디저트 메뉴는 더 빨리 나오길 기대했다. 즉, 키오스크의 UI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다림의 해결이었다.


맥도날드 직원

내가 받은 주문보다 더 많은 주문을 받는 것은 너무 힘에 부쳐요. 키오스크로 무분별하게 주문이 들어와서 더 힘들어요.

바쁜 점심시간에는 1분 1초가 소중해요. 손님이 직접 카드리더기에 카드를 꽂아 결제하는 그 짧은 순간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 하나라도 더 만들 수 있거든요.

가장 잘 팔리는 메뉴는 사전에 많이 만들어놓고 빠르게 판매하려고 해요.


직원들은 조리 상황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로 인해 병목현상을 겪고 있어 불편하다고 했다. 그들은 주문을 핸들링할 수 있는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고 했고, 그래서 잘 팔리는 메뉴들은 사전에 많이 만들어둔다고 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는 찰나의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과 직원 사이 적절한 시간의 Balance를 맞추자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각 이해관계자들이 기대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맥도날드,

업무를 분배하여 카운터 직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고객 서빙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디지털 경험을 향상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


직원,

적정 수준의 Work Load를 유지하며 업무 효율성을 증진한다. 이를 위해선 주문 과정에서 키오스크에서도 적절한 Stay를 발생시켜 병목 현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된 주문 시스템은 점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증가시킬 것이다.


고객들,

최소한으로 견딜 수 있는 기다림 이내에 음식을 서빙받아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때, 기다림의 Tolerance 시간은 어떤 메뉴냐에 따라 다르다.) 오프라인 주문 프로세스와 같이 키오스크 주문 시에도 보다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받고 싶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객들의 기다림의 심리적 시간을 줄여주고, 직원들에게는 물리적 시간을 벌어주어 업무 수행 시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서비스 질을 향상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다음과 같이 전략은 세울 수 있었다.


Strategy 1. 주문 후 기다림의 시간 줄이기

주문 전엔 앞선 상황을 보며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으면 포기하고 가게를 나가면 되겠지만,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 햄버거 주문을 마친 고객들이라면 최소 주문을 완료한 후엔 빠르게 수령하길 원했다. 심지어 주문 후에 다시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햄버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음식 수령까지 늦어지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주문 전 기다림'보다 '주문 후 기다림'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Strategy 2. 기다림의 Tolerance에 맞추어 음식 제공 시간 조절하기

고객들은 어떤 음식을 주문했느냐에 따라 기다림의 Tolerance가 달랐다. 햄버거와 같은 식사류는 만드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예상하며 관용도가 높은 반면, 아이스크림과 같은 간단한 디저트류는 상대적으로 빨리 수령하길 원했다.




아이디어 제안


1. 바쁜 점원들을 도와주세요!

손님이 많이 몰려 바쁜 시간대에 키오스크의 첫 화면이 아래 첫 번째 이미지처럼 바뀐다. 바뀐 화면에선 몰린 일로 힘들어하는 점원을 도와달라는 요청 문구가 표시되고, 만약 손님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주문하는 햄버거를 함께 만들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카운터에서 바쁜 순간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손님들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게임 역시 마치 햄버거를 주문하기 위해 내 행동이 더욱 기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 기다림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이 끝나면 할인 쿠폰을 나눠주며 마지막까지 긍정적 경험으로 마무리한다.




2. 지금 당신이 가장 빨리 받아갈 수 있는 제품은?

맥도날드 직원들은 바쁜 시간대가 오기 전 잘 팔리는 제품들은 미리 만들어 준비해둔다. 이처럼 키오스크에서 미리 만든 햄버거나 제작 소요 시간이 짧은 메뉴들을 별도로 표시하여 최소한의 기다림으로 햄버거를 수령할 수 있게 하여 주문 후 기다림의 시간을 줄여주는 아이디어이다.



3. Dessert Pass

디저트 전용 라인을 마련한다. 고객이 키오스크에서 디저트류 주문 시 영수증에 Dessert Pass가 프린트되어 나오게 되고, 별도로 마련된 Dessert Pass 전용 카운터로 가 이를 제시하면 주문 즉시 제품을 받아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디저트류는 금방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오스크로 주문 시에는 다른 햄버거 주문과 동일한 우선순위로 여겨져 비효율적으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된다.






당시 서비스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맥도날드 회사, 직원, 고객)을 고려한 전체적인 관점에서 솔루션을 도출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학교 전공수업 때 오로지 사용자만을 고려하여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프로젝트를 해왔다면, 이 과제를 통해 실전은 그것만 고려해선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 깨달았다. 물론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졌을 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었던 부분은, 어떤 관점에서 방향성을 잡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하고, 아무리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일지라도 오로지 사용자만을 고려한 방향성은 실전에선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이후 실전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에도 이 프로젝트를 곱씹으며 다양한 관점과 상황(정책, 개발, 보안 등)을 고려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렇게 4년 차에 접어든 UX디자이너가 되었으나,,(갑자기 느껴지는 세월 무엇?)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굉장히 인상 깊은 프로젝트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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