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슈퍼파워> 책 읽고 토론하기
인공지능, 말 그대로 인공의 지능을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집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AI스피커부터 보험, 의료 업계에도 AI 기술을 통해 상담하고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언젠가 스마트폰을 하나 둘 쓰기 시작하더니,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요즘. 다가올 미래에 생활 전반에 AI가 스며들게 되면, 많은 일이 대체될 것이다라는 불안감과 나는 과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도 된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30년 넘게 AI 분야의 연구자, 기업가, 투자가로 활약해온 리카이푸의 <AI슈퍼파워>를 읽고, 나의 직무가 AI 시대에 어떻게 변해가고 우리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에 앞서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은 인간 학습 과정을 설명하고 인간 사고 과정을 계량화하며 인간의 행동을 명확히 해석하고 무엇이 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해이다.
과거 인공지능 학계에는 규칙 기반(rule-based) 방식과 신경망(neural-based) 방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규칙 기반은 '만약 X라면 Y이다'라는 식의 논리 규칙을 인코딩하여 컴퓨터에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는 방식이라, 선택이나 행동의 가능 영역이 넓어지면 힘을 쓰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신경망 기반은 컴퓨터에게 인간 뇌가 습득한 규칙을 일일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현상에 대한 예시를 풍부하게 제공한 다음 인공신경망 스스로 데이터를 가지고 패턴을 인식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신경망 구축을 위해선 '뛰어난 연산력'과 '대규모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점차 기술이 발달하며 인공신경을 여러 층으로 겹겹이 쌓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그에 따라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딥러닝은 '좁은 AI(Narrow AI)'라고도 하는데, 특정 도메인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응용해 구체적 결과에 맞게 최적화한다는 뜻이다. 훌륭하지만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다목적 기술인 '일반 AI(General AI)'에 비하면 한참 멀긴 하다.
AI 초강국이 되려면
풍부한 데이터의 양, 뛰어난 연산 기술과 기술적 재능을 갖춘 AI과학자, 소비자의 미묘한 행동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쉬지 않고 제품을 개선하며 수익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가, 그리고 시대를 바꿀 기술의 힘을 적극 포용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춘 중국은 더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뒤처지지 않는, 오히려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을 지닌 AI강국이 될 것이다.
네 번의 AI 물결
AI 혁명이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네 번에 걸친 AI 물결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인터넷 AI, 기업 AI, 지각(perception) AI, 자율행동 AI이다. '인터넷 AI'는 인터넷 이용자가 데이터 브라우징 하면서 자동으로 라벨링 한다는 점을 이용한 추천 엔진이 예가 될 수 있다. '기업 AI'는 전통적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라벨링 한 방대한 데이터(보험회사의 사고 보상 처리, 은행의 채무 발행 문서화, 병원의 진단과 생존율 기록 등)에서 일련의 특징을 찾아 유의미한 결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처음 두 번의 AI 물결은 이미 성큼 다가왔으며, 디지털과 금융 세계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지각 AI'는 널리 보급된 센서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AI의 지각 능력이 우리가 사는 환경 구석구석으로 연장되고 확장되며 주위 세상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행동 AI'는 극도로 복잡한 데이터 셋 최적화 및 새로 갖춰진 감각 지각 능력을 융합하여 앞선 세 차례 물결을 통합한다. 마지막이지만 우리 생활에 가장 깊은 충격파를 미칠 것이다.
AI시대 인간의 존재 의미
AI로 생기는 경제적 가치와 실직이 늘어나면 보조금 지급을 케어 봉사나 직업 재훈련 외의 다른 활동으로 조금씩 확대할 수 있다. AI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화되어 생산성은 아주 좋아지고 고용이 극도로 나빠지는 상황이 펼쳐지면, 사회적 투자 급여와 비슷한 정책적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자원과 대중의 의지를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 AI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다움을 존중하는 삶을 살 힘과,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재정의된 기존 직종이나 새롭게 탄생한 직종에서 인간과 기계는 한 팀을 이뤄 고도의 효율성과 삶 냄새를 겸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분석적 사고는 AI가 맡고, 거기에 온기와 공감을 덧입히는 일은 인간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성이 필요한 직종들이 준수한 일자리로 여겨지고 보수도 상응해야 하고, 그러려면 민간 부분뿐만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 대한 임팩트 투자와 문화적 가치의 광범위한 이동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을 통해 이 산업 부문에 에너지를 충전시켜야 한다.
AI로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최적화 작업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대신에 우리를 진정으로 인간으로 만드는 요소인 사랑을 주고받는 행동에 집중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계는 기계로서 존재하게 하고 우리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기계를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Q.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
A: 지금까지 AI 하면 구글, 아마존 등 미국 회사들을 쉽게 떠올려왔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이야기를 읽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B: 동의한다. 중국에서 AI가 많이 발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구가 많으니 데이터도 많은 것 아냐? 좋은 환경일 수밖에 없네'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지만 배후에는 그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로컬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이 숨어 있었다.
특히 중국의 카피캣 시대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자기 기술 없이 모방하고 똑같이 만드는 줄만 알았지, 그렇게 모방 후 기존의 서비스보다 더 시장에 적합한 서비스로 빠르게 발전시키며 우위를 차지해버리다니. 세계 곳곳에서 발전하는 AI 기술 속에서 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C: 그런데 사실 AI시대 전반에 대한 트렌드나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중국 이야기가 많긴 했던 것 같다.
D: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추천도서가 될 수 있다는 건, 리카이푸가 매우 저명하고 엄청난 커리어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AI 업계에서 인사이트 가득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엔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 기업과 대조적으로 중국 기업의 Go heavy 전략을 설명했던 부분은 굉장히 현실적인 얘기였던 것 같기도 해서 인상 깊었다.
Q. 한국의 AI 기술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사람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인공지능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내 모든 개인정보가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풍부한 데이터가 없으면 발전도 힘들기에 더뎌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B: 사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약 사항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분석 동의, 약관 동의 등 방침도 많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기업 내부적으로는 리소스도 굉장히 많이 든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이 과정에서 서비스를 이탈해버린다.
C: 하지만 한국에도 기술이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 중국을 본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만약 산업혁명이 이제 막 발생하던 시절에,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고민했다면 지금만큼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가치관도 존중해야겠지만, 기술이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 정부의 push가 필요한 시점 같기도 하다.
Q. 국내 기업에서는 AI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
A: 하드웨어사나 통신사 쪽에선 인공지능 스피커나 가상 비서 등 음성인식을 활용한 AI 분야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특히 한 곳이 시장을 잡게 되면 독식하게 되는 구조 같아, 몇몇 곳은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선점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듯하다.
B: 하지만 그렇게 투자한 것 대비 실사용자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를 극복하려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의 코멘트도 매우 중요하다. 공급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제공하고 싶겠지만, 고객들 입장에서도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편하고 재미있는 것 그 이상의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베네핏이 아직 없는 것 같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C: 개인적으로 운전하는 콘텍스트에서 티맵의 아리아를 불러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은 굉장히 편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잘 캐치하여 적용한 듯하다.
D: 집 안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생각보다 아기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회사 내부적으로 음성 명령어 분류할 때, 목적성에 기반한 행위를 하는 것과 이상한 답변(?)을 주는 아기들의 소리 데이터에 대해서 분리하여 스피커를 출시하기도 한다.
E: PG사는 데이터가 정말 많은데, garbage data가 굉장히 많다. 한국은 아직 좋은 데이터를 얻기 좋은 환경이 아닌 것 같다. 데이터를 쌓는 일, 정제하는 일, 판단하는 일, 돈이 되는 문제로 푸는 일은 전부 다른 일이다. 대부분의 일은 데이터를 찾고 판단은 하지만, 어떻게 돈이 되는 방향으로 풀 지 찾아내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F: 제조업처럼 정형화된 틀에서 AI가 훨씬 더 파워풀하게 적용할 것 같지만, 레거시를 스위칭시키는 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점차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어쩌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A: 근본적인 문제이겠지만 AI 관련 좋은 인력을 데려오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돈이 정말 많이 드는데, 국내에서 지원해주는 인풋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몸값이 매우 높은 스타 과학자들은 이미 미국으로 가 있고, 현재는 어느 정도 실행을 할 수 있는 중견 엔지니어가 국내에선 탑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좋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좋은 인력을 훈련시킬 정도로 AI 분야에 능력 있는 사람이 국내에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
Q. 내가 하는 일에서 AI가 커버할 수 있는 부분과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A: 컨설턴트일 경우, AI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 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뽑아내는 건 AI가 대체할 수 있겠지만, 그곳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건 아직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다.
B: 디자이너도 컨설턴트와 유사한 것 같다. 사용자 데이터를 뽑고 이를 패턴화 해서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일은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겠지만, 그에 앞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거나 어떤 방향의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정의하는 부분은 아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같다. Google Quick draw라는 기술을 본 적 있었는데,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을 완벽한 형태로 구현해주더라. 아마 디자이너의 역할도 전체 프로세스에서 그림을 그리는 뒷단보다는 조금 더 앞쪽의 전략을 짜는 부분으로 당겨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C: 구매 쪽에선, 평가를 AI가 내릴 수는 있겠지만 관리는 못할 것 같다. 내부 고객이 요청한 제품을 원하는 일정 기간 내에 사 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변수가 많은 일이 많다. 날짜가 갑자기 바뀌기도 하고 사람을 대하면서 융통성이 필요한 업무가 굉장히 많아 이 부분은 AI가 대체 못할 것이다.
D: 고고학자 같은 인기 없는 직종은 정말 AI가 대체하지 않을 것 같다.
E: 협력사 관리를 할 때, 메일의 뉘앙스 때문에 정중하지만 화가 났던 경험도 있었고 반대로 기뻤던 적도 있었다. 이 분야에 아무리 AI를 적용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는 건 사회적 관계에 있는 그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다. 리서치를 하는 정도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F: 통신사에선 Business AI가 많이 활용되는 듯 같지만, 아직은 많이 초기단계이다. 기술을 배워 적용하는 것은 곧 대체되겠지만, 어떤 문제를 기술을 가지고 해결할 것이며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고민하는 영역은 아직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A: 결론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더 경쟁이 심해지고 그럼 여유 시간도 줄어들 텐데. 이 적은 여유 시간에 개개인은 더욱 숙련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조금 무섭기도 하다.
B: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가 그런 것 같다. 5년 이내에 퀀텀 점프를 꿈꾸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개발해 나가는 것 같다. 요즘엔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무의미하고 '안정성'이란 단어에 대한 개념도 흐릿해진 것 같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자기 계발이 가속화될 수는 있더라도, 사실 지금도 전혀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3-4년간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도 많이 바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내가 드라이브하겠다는?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AI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AI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모든 기술의 중심에는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가 깔려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고, 이것에 기반하여 어떤 문제 혹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할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AI시대가 다가올수록, 우리는 인간 세계도 함께 관심 가지고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AI가 일자리를 뺏어갈 거야, AI보다 뛰어나야 해'라는 생각보다는, AI의 강점을 잘 활용하여 인간으로서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집중해야 한다. 아직까지 AI가 모든 직업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기에, 조금 더 내 영역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개발하며 각자의 경쟁력을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