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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Jan 19. 2020

'세계 최고'가 아닌 '최고의 나'가 된다는 것

학생 시절, 시험 성적이 높은 아이들은 똑똑하니까 뭘 해도 잘할 것이라 기대받았으며, 성적이 좋지 못한 아이들은 '커서 뭐할래?'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아왔다. 사회적 인식이 그래 왔고, 나 역시 다르지 않게 생각했다. 난 사회적 통념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철저히 내신 관리를 해서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갔고, 전공 공부 외에도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아 남부럽지 않은 기업에 취업했다.


그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길을 향해 달려왔을 뿐인데, 놀랍게도 회사 생활은 마냥 만족스럽지 않았다. 입사하자마자 파견 나갔던 인사팀에선 엑셀 파일로 종일 출석 명단과 리스트를 만들었고 이미 만들어진 홍보자료를 조금 더 예쁘게 다듬는 작업을 했다. 파견이 끝난 후 원래 부서로 돌아가서도 보여주기식 자료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고, 명분을 위한 출장도 다녀왔다. 직장 생활을 몸소 경험하며 깨달은 사실은, 일반적으로 좋다고 통용되는 것들이 마냥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


최근 이런 내 생각을 너무나 잘 뒷받침해주는 책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다독다독'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접하게 된 <다크호스>라는 책이다. 출근길 비몽사몽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가 어느샌가 잠이 확 깬 채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정도로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이 책은 제발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다크호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여 다소 뜻밖의 결과를 내다.


저자는 다크호스처럼 등장하여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충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좋다고 통용되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고, 본인이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그렇게 추구하며 충족감을 느끼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노력하는 자,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꾸준히 갈고 닦으며 마침내 우수한 경지에 이른다.


충족감을 느끼는 지점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 지점을 파악하려면 기존의 표준화된 시스템 속에서 벗어나 개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이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잘 발현시키게 되었을 때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충족감을 느끼는 지점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미시적 동기' 관찰하고  이용하는 것을 언급한다. 이때 '미시적 동기'란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소소한 것들이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을 의미한다. '미시적 동기'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다.


첫째, 내가 화나는 포인트 찾기. 이때 정확히 어떤 부분이 나를 화나게 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학창 시절 수학 수업을 듣다가 너무 답답해서 교실을 뛰쳐나간 경험을 가정해보자. 왜 그랬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교실에 히터가 너무 빵빵해서 날 못 견디게 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말투가 너무 답답해서인지, 또는 그냥 수학이 정말 싫어서 등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할 때 나오는 나의 감정 살펴보기. 나의 예를 들자면, 어릴 적부터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며 지시를 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 웬만한 건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한계에 부딪히면 그때서야 도움을 요청하는 요상한 자존심이 있어서인가..;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솔루션을 제시하며 그대로 따르라고 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건 굳이 내가 아니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 살펴보기. 앞서 말한 상황의 반대가 되었을 때 그것은 나에게 강한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싫었다, 짜증 났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그 감정을 느꼈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해진 답을 수행하는 일보다는, 내가 주체가 되어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일을 좋아하는 듯하다.


미시적 동기를 파악하는 일은 결코 단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처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일상적으로 나의 디테일한 특성에 대해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인간의 장점은 굉장히 역동적이며 맥락적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작은 키가 농구선수로서 덩크슛을 할 때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승마선수에겐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를  맥락에 두고 직접 겪으며,  특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있어야 한다.



나를 탐구하며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회사를 다니며 내가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와 위계질서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실수를 했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받거나 혼나기도 하고, 한마디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눈치만 보다가 결국 회의 중엔 입을 닫아버리곤 했다. 반면 C-Level쯤 되면 그들이 어떤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쩔쩔매야 하는 이상한 질서가 싫었다. 주변에 이런 내 스트레스에 대해 고민상담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 아무렇지 않아질 것이다, 그것도 사회생활이고 이겨내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라고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렇게 나는 작년 이직을 했다. 내가 극도로 싫어하던 위계질서와 그에 따른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허례허식이 전혀 없는 곳으로 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내 선택에 대해 너무나 만족하는 중이다. 하는 업무에 있어 아주 큰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저 자유롭게 내 의견을 말하고 생각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니 이것은 나를 더 의욕적이게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이직한 회사는 집에서 거리도 훨씬 멀어졌고, 사내 식당이 없어 매일 점심을 사 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복지 포인트도 더 적어졌고, 임직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할인이나 제휴 혜택도 훨씬 줄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충족감에 집중하다 보면 이런 것들은 하루에 커피 한두 잔 줄이면서 커버하면 되는 정도의 일로 여길 수 있게 된다. 좋은 회사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보너스나 복지, 혜택을 벗어나 내가 좀 더 주체가 되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고, 이것은 지금 나에게 훨씬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어쩌면 내 특성이 더 잘 발현되어 멋진걸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즉 내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에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두기보다는 '행복감'을 두고 이를 쫓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을 때 그것이 곧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가 아닌 '최고의 나'를 위해 사회적 통념 속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탐구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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