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에서 지난 나를 반성해봄
<순서파괴>, '아마존'만의 일하는 방식과 성공(그리고 실패) 사례까지 굉장히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들은 극도로 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이었다.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통해 수정 보완하고, 이 가설이 정말 working 한다면 그들만의 원칙으로 정착시켜 유사한 문제 상황을 효율적으로 헤쳐나갔다.
사실 그들의 원칙을 보면, 모든 것이 새로운 건 아니었다. 서로 간 커뮤니케이션 및 의존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싱글 스레드 리더십'은 일반적인 IT회사에서 실행하는 '목적 조직' 형태의 업무 방식과 유사했고, PPT가 아닌 텍스트 중심의 '내러티브와 6 페이저'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실무진들끼리 아이디어, 의견 등을 주고받을 때 개인적으로 자주 활용했던 방식이었다. (정확하게는 별도 PPT 자료 없이 Notion, Figma, Wiki 등을 활용하여 간결한 텍스트 중심으로 의식의 흐름을 정리하여 소통했다는 점이 같았고, 아마존처럼 회의 시작 후 침묵의 시간 동안 각자 읽고 시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
하지만 아마존은 이를 그들만의 원칙으로 만들기 위한 검증, 정교화, 그리고 아마존 전체에 흡수시키기 위해 극도로 노력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성과지표에 대한 관점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존은 통제할 수 있는 '인풋 지표'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나는, 아웃풋 지표만 보며 가령 'MAU가 증가했군 혹은 감소했군' 가볍게 파악하고, 극적인 변화가 있을 때만 어떤 인풋 때문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적극적으로 인풋 지표를 통제하며, 이 인풋이 실제 아웃풋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또 다른 인풋 지표는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남았던 아마존에 대한 키워드는 크게 3가지였다.
1. 발명
2. 고객 집착
3. 장기적 사고
1. 발명
지난 나는 주로 기업용 협업 툴 프로젝트의 기획자 역할을 맡아왔다. 당시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아닌,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잘 나가는 경쟁 서비스들을 참고하여 장기적 로드맵을 예상했다. 물론 이들보다 더 나은 우리만의 방식을 제시하려 노력했지만, 경쟁 서비스들을 통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어찌 보면 Fast Follower에 가까운 서비스를 맡았다.
반면, 아마존의 킨들, 아마존 프라임, AWS 등을 보며, 그들은 그 업종에서만큼은 다소 새롭고 도전적인, 어찌 보면 First Mover에 가까운 가치를 추구해왔고, 그에 따른 문화가 잘 발전한 듯하다.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고, 비난보다는 Lesson Learned으로 삼아 더욱 탄탄한 다음 서비스를 구상했다.
2. 고객 집착
새롭고 도전적인 서비스는 기존에 경쟁사가 없거나 혹은 비교대상을 정의하기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이 제품이 시장에 먹힐지를 판단할 때 더욱 고객에 집착할 필요가 있었다. 경쟁사 벤치마킹이 아닌, 찐 고객에서 출발하여 문제 정의부터 제대로 한 뒤 해결방법을 모색했다. 여기서 비롯된 그들의 원칙 중 하나인 'PR/FAQ' ; 제품 개발 전 미리 기사를 작성해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보며 초기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워킹 백워드 방식이다.
최근 선배의 SNS 포스팅에서, '빠르게 만들어서 테스트하는 스타트업 문화의 함정'이라는 글을 읽었다. 빨리 만든다에 집착한 나머지 제품의 퀄리티를 타협하고, 테스트해보고 싶은 무수한 것들 중 여러 개를 골라 60% 정도의 완성도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장에 나가게 되면, 이 기능 자체가 고객에게 필요 없는 건지 or 퀄리티가 별로여서 고객이 안 쓴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과연 진짜 제대로 테스트하고 싶은 하나를 고르는 뾰족한 의사결정이 필요했고, 이때 아마존의 워킹 백워드 방식이 도움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3. 장기적 사고
고객 집착을 통해 얻은 해결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사실 이 부분은 예전 회사에서 장기적 사고를 하지 못해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격하게 공감했다. 단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영영 할 수 없었던.. 그럼에도 장기적 목표를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잘 쪼개어 하나 둘 진행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회사로 이직하기 전 짧은 백수 기간 동안, 지난 나를 돌아보며 정비도 할 겸 못다 읽은 책 완독 중이다. 몰아치는 일들을 순간순간 잘 헤쳐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더니 금세 잊어버렸다. 순간순간 내가 배운 것들을 잘 기록하고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회고의 기간 동안 너무나 유용하게 읽었던 책 <순서파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