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와중에 자꾸만 잡다한 일을 시키는 선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제대로 마무리 안된 일이 나에게 떨어지면, 매번 뒤치다꺼리하듯 부랴부랴 처리했다. 나름 계획적인 성격이라 예정에 없던 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ㅠㅠ없던 일도 만들어낼 정도로 워커홀릭 기질 다분한 나였는데, 어느샌가 피하고 싶고 모른척하고 싶었다.
넘치는 일로 번아웃 신호를 감지하고 면담 요청을 마음먹었던 날, 우연히 따라 들어간 회의에서 그가 생각보다 꽤 많고 어려운 (나 혼자였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일들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 나에게 그런 일을 부탁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짜증보다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도 맡아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 이후로도 여전히 바빴지만, 맡은 일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스스로를 굉장히 의욕적이게 만들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날 이해해주지 않는 거지 불만만 쏟다가, 문득 내가 너무 그 사람에게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자 못지않게 고려가 필요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전지전능해지기 전까진 협업은 숙명 같은 것이고ㅋ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과의 협업은 결코 쉽지 않고, 오늘도 이렇게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