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렸다가, 또 늘어지는 하루
첫 출근을 하고 출근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진짜 출근'은 2일이었다. 계속 재택근무가 이어졌다. 하루는 느리게 흐르고, 일주일은 빠르게 가는 기분이다. 이제 슬슬 교육은 끝이 났고, 실무에 투입되는 상황. 그럼에도 '신규' 입사자이기 때문에, 신규 아이디어 제안 발표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공포이다.
원래 남의 시선에 예민한 편이다. 나는 어떻게 평가받을까. 내가 혹여나 타인을 귀찮게 하는 존재는 아닐까. 곱씹고 또 곱씹는 타입이라, 최근 굉장한 공포를 느꼈다. 주변인들에게 이런 고민을 늘어놓았을 때, 대부분은 누구나 처음은 그렇다- 정도의 대답을 주지만, 막상 그 상황을 마주하는 내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는 대답은 아니다. 나 외의 다른 신규 입사자들이 있고, 그들이 척척 자신의 상황에서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일 때, 극강의 수준이 되는 공포의 감정.
좋지 않은 동기일 수는 있으나, 보통 이런 불안과 공포를 동기로 삼아 노력을 하는 편이다.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으므로. 조금 더 업무를 들여다본다거나, 주말을 활용해 공부를 한다. 그러다가 탈진하면 도피한다. 주로 침대를 향하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사실 이런 반복이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나 자신이 소모되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하나씩 정리해 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한다.
과연 온보딩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내가 처음 취업했던 회사에서는 따로 온보딩 기간이랄 것이 없었다.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작은 팀이었으므로. 물어가며 무엇이든 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입사 후 일 년을 훌쩍 넘겨도 신입임이 통용되었다. 잘하면 “연차에 비해 잘한다” 칭찬받고, 실수해도 “아직 그럴 수 있지”가 가능했다.
참 친절한 이 회사에서는 여러 교육을 해준다. 그리고 경력직이라는 포지션이 나를 매우 괴롭게 한다. 이 정도 해줬으면, 알아서 잘 팔로업 해야지. 아무도 나에게 직접 내뱉지는 않지만, 나를 옥죄는 말.
나에게 허용된 온보딩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그리고 도대체 난 언제쯤, 사람 구실을 할까.
언제 깨질지 모를 유리를 걷는 모든 펭귄들에게, 그리고 신입 시절을 잘 견뎌내었던 몇 년전의 나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