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사내 인사이동 결과가 뜻한 바와 달랐던 관계로 굉장히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참고로 우리 회사는 인사고과를 승진을 앞둔 대상자들에게 주는 관행이 있다. 말로는 성과주의를 외치지만, 사실은 부서내 성과를 낼만한 업무를 승진을 앞둔 선배들에게 준다던가, 아니면 후배가 성과를 냈어도 결국 인사고과는 승진을 앞둔 선배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사고과 결과를 본인은 알지 못한다.
내가 얼만큼의 고과를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만약 내가 승진할 때가 되었음에도 승진을
못했다면, 그것은 그저 선배가 많은 부서에 오랫동안 배치받아서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인사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이번 인사이동에 나는 피해자가 되고만 것이다.
내 동기들은 부서 고참으로서 고과를 받고 있을 텐데 내가 전입온 부서는 승진 못한 선배들로 가득한
그런 부서이다. 따라서 고과를 못받게될 것을 생각하니 앞길이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렇다고 이러한 인사를낸 인사부를 찾아가서 하소연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도 아닐 것이다.
보나마나 뻔한 답변을 내놓을 테니 말이다.
(우리회사의 인사고과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를 실시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으니 발령받은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시기 바랍니다. 등)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지금 발령난 부서를 지원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점이다. 해당 업무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지원하였고 그 부서에 전입하였는데 그만 승진 못한 선배들과 함께 전입오게된 것이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항상 직장생활에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되는 순간이 있고 그 어려움을 잘 이겨내었을 때 나는 더욱 성숙해 지는 것이라고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정작 이러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니 한동안 일할 맛이 나질 않았다. 직장생활은 정말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꾸 되네이게 된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왜 나의 직장생활은 자꾸 꼬이기만한 것일까’, ‘왜 내 스스로 자책골을 넣었을까’ 라는 자책으로 너무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설날 명절 때 이러한 나의 힘든 이야기를 주변의 친지들에게 털어놓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왜 나는 이런 불운을 겪지 말아야 하는데?’ ‘왜 나는 늘 행복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우리 회사의 불합리한 인사제도에 대한 비판은 차지하고서라도 내가 바꿀수 없는 현실이라면 내가 거기에 맞추어 나가야 하거나 아니면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회사를 때려치울 상황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상황에 나를 맞추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을 외치고 세상은 공평해야 한다고 부르짖고는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딱 하나 공평한 것이 있다면 누구든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하나 뿐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억울하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죄지은 사람이 더욱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 불행이 찾아왔지?’를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나는 그저 지금에서야 겪은 것일 뿐이다.
먼 미래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힘들어 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때가 오히려 기회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지 않던가!
그냥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자
내가 이 부서를 지원하였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승진이라는 이슈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나는 업무에 대한 초심을 잃고 말았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있다. 승진은 조직이 그만큼 그 사람을 인정한다는 증표이다. 그런데 승진을
빨리 한다 하여서 그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빠른 승진이 독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직의 인정욕구에 중독되어서 말년이 불행해진 선배들을 종종 보았다.)
내가 조직 내에서 걸어온 커리어를 잘 살펴보고
지금의 부서에서 나의 장점과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일을 통해 앞으로 내가 축적해 나갈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직이 주는 달콤한 “인정”에서 최대한 객관적 위치에 서보아야겠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에 조직의 인정은 과거보다는 덜 달콤한 열매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것을 발전시켜 나의 인생
자산으로 만들어 나가야지.
회사의 인정이 아닌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