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광고를 주제로 한 수필 문학
이 글은 2022년 지구문학에서 발간한 『지구문학작가회의 사회집』 제19집 173~74쪽에 실린 글임을 밝혀 둡니다.
‘악플‘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아무 생각 없이, 무책임하게 쓴 악플 때문에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언론 지면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모를까, 멋도 모르고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어 무책임하고 몰지각하게 악플을 웹상에 올리는 일은 당연히 근절되어 마땅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나는 정말 예기치 않은, 기가 막힌 이유 때문에 우리 말도 아닌 영어로 악플 세례를 받는 일을 경험해야 했다.
2022년 9월 중순에 나는, 그 달 말 정식 출간될 저서 『초한전쟁』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마케팅이야 당연히 출판사의 몫이지만, 저자로서 한 권이라도 더 판매하고자 하는 마음에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SNS 홍보를 시작했다. 몇 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제법 효율적인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홍보 방법이고, 내가 생각해 봐도 손해볼 것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설정을 마무리한 뒤, 나는 『초한전쟁』의 SNS 홍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초한전쟁』의 SNS 홍보 페이지에 예상조차 못한 영어 댓글이 여럿 달리는 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쓸데없는 광고 좀 그만 보내라는 항의글이다. 점잖게 예의를 갖춰 쓴 글도 아니고, 비속어나 욕설이 들어간 악플이었다. 개중에는 그저 기분나쁘다는 식의 악플을 넘어, ‘사무라이 팔이나 하는 왜놈 꺼져라‘라는 식의 굉장히 무례하고 예의 없는 인종차별 식의 댓글까지 몇 개나 보였다. 한 고조 유방, 서초패왕 항우, 국사무쌍 한신의 그림과 더불어 초한전쟁과 관련된 고지도가 배경으로 들어간 한자가 적힌 표지를 보고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 교양도 없는 서양인들이 아무렇게나 악플을 남긴 셈이다. 무례한 악플에 기분을 상하기에 앞서, 도대체 왜 정상적인 도서 광고 포스팅에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외국인들의 악플이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은 SNS 광고 시스템의 헛점이었다. 분명히 광고 대상을 한국인으로 설정하기는 했지만, 뭔가 시스템상에 문제가 생겨 엉뚱한 외국인들에게 광고 포스팅이 가 버린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외국인들이 내 저서의 홍보 페이지에 영어로 악플을 남길 리는 당연히 없을 테니까. 혹시라도 광고 포스팅에 역효과를 줄까 싶어 영어 악플은 보이는 족족 모두 지웠다.
광고 기간이 끝나니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한국인 SNS 유저들이 좋아요를 표시한 게 훨씬 많이 보였다. 아무리 액수가 적다고 한들 나름 계획을 세워 SNS 광고를 한 건데, 엉뚱한 외국인들에게만 몽땅 전달되었다면 완전히 낭패였을 테니까. 개중에는 외국인이 클릭한 좋아요도 여럿 보였다. 엉뚱하게 전달된 외국의 광고에도 나름 호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거야 당연히 좋은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정말로 뜬금없이 달린 외국인의 영어 댓글이 딱히 마음을 상하게 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일 뿐이니까. 하지만 악플까지 불러모으며 엉뚱한 대상을 향해 광고가 전달되게 한 SNS 시스템을 생각하면 지금도 조금은 화가 난다. 영어 악플이야 그저 황당한 경험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헛돈이 나간 일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