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 「블루 자이언트 (2023)」

by 전율산
Blue-Giant-Anime-Newsbild-Juni-2022.jpg

「BLUE GIANT」 61/100


실수하지 않는다면, 진짜 노력하고 있는게 아니야.

If you don’t make mistakes, you aren’t really trying.

콜먼 호킨스 (Coleman Hawkins, 1904-1969) - 미국의 재즈 색소폰 연주자


사전정보도, 별 기대도 없이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영화. 아무래도 원작 만화가 따로 있다 보니 내용이 조금 잘려나간 부분도 있기야 하겠지만 장편 만화가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여의 러닝타임 내에 이야기를 잘 담아내 전체적으로 서사에 완결성이 있었던 게 만족스러웠다.


장면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실험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악기 연주 장면으로 넘어갈 때마다 연주자를 모션 캡처한 영상을 3D로 렌더링 해 사용한 부분. 악기와 몸짓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낸 것은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화질이 떨어져 그래픽이 살짝 자글자글해지는 것은 둘째치고 골격이라던가 그림체 자체가 너무 변해버려서 이질감을 느꼈다. 빠르게 넘어가야 할 장면들이 전체적으로 조금 늘어질 때가 있는 것도 흠. 그러나 연출의 시도 자체는 꽤나 다양하고 신선해 나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수준급의 연주자와 훌륭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매번 달라지는 솔로는 같은 곡이 반복됨에도 항상 새로운 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훌륭했던 것은 음향 감독인 우에하라 히로미가 담당한 피아노 파트. 마지막 공연에서 유키노리의 피아노 파트가 없으니 색소폰도 원래의 그 맛이 나지 않더라.


서사는 분명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에 관한 내용이지만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에 초점을 맞추고 각본을 집필한 건가 싶을 정도로 유키노리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콧대 높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다이의 색소폰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그의 재능을 질투하거나, 첫사랑을 잊지 못해 피아노를 계속해 치고 있다는 의외의 순정남인 점, 오만했다가도 자신을 향한 비판에 추락해 우울의 세계로 침잠하고, 그것을 극복해내자 사고로 그가 정했던 JASS의 목표, 어찌 보면 그가 따낸 So Blue에서의 공연에 그만 참여할 수 없었던, 그런 상태로 자신이 다이를 품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해산을 고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면 꽤나 캔디형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소년 만화의 주인공답게 열정적이고 늘 의욕에 넘치는, 그러나 그렇게 비현실적이지는 않으며 때때로 냉철해지는 인물. 대사가 하나 기억에 남는데 첫 라이브를 앞두고 사람이 고작 셋 왔다고 말하는 유키노리에게 '우리가 재즈를 하고 있어. 우리는 지금 죽도록 멋져.'라고 한 부분. 누가 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재즈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자신감이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또 나는 지금 어떤가 싶어 약간은 씁쓸했고.


"이것이 재즈다!"라는 포스터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재즈 연주와 재즈에 대한 예찬, 재즈 연주자들의 고뇌로 가득 찬 작품. 재즈를 거의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재즈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관람 일자


2023/10/23 - 메가박스 목동 MX관

keyword
작가의 이전글#1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