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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즈메의 문단속 (2022)」

by 전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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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すずめの戸締まり」 60/100


여기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ここってこんなに綺麗な場所だったんだな

세리자와 토모야 (芹澤朋也) -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영화는 언제 봐도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게 말하자면 특색이 있는 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무한한 자기복제. 늘 비슷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같은 플롯과 같은 스토리라인, 같은 메타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뻔히 안다. 하지만 오히려 그걸 알고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엄청난 재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복제도 답습도 잘 하기만 하면 괜찮을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만 같은 작품이다.


작화 면에서 보자면 신카이 마코토의 많은 전작들과도 같이 이번에도 거의 모든 장면에서 핑크색을 찾을 수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특징과도 같은 색상인데, 푸른 물 위에 놓인 문, 그리고 그 문을 열었을 때의 보랏빛과 핑크빛 황혼으로 물들은 초원, 푸른 기운이 감도는 핑크빛 열쇠구멍 같은 장면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유원지 폐허나 스즈메의 얼굴빛 표현 등에 사용된 핑크빛 그 자체로는 따듯하고 낯간지러운 느낌을 주는 등 핑크색은 그가 표현하고 싶어 하는 과거와 현재가 애매하게 이어진 몽환적이고도 신화적 색채가 짙은 이야기와 첫사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화에 관해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마지막 10여 분간 조금 작화의 완성도가 낮았던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였다는 점과, 스즈메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는 점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끝부분 무렵 스즈메의 얼굴 작화가 너무 변해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는 점이 있겠다.


스토리는 늘 같은 우연한, 뚜렷한 이유나 납득할 만한 구실이 없는 만남과 사랑의 시작. 몽환적인 공간, 혹은 정말로 꿈 그 자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맞닿고, 주인공은 모호한 사랑의 감정에 이끌려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흔히 재난 트릴로지라고 불리는 「너의 이름은. (2016)」 「날씨의 아이 (2019)」 「스즈메의 문단속」 모두 그러한 스토리 라인을 공유한다. 사실 이런 스토리 라인의 편린은 「초속 5센티미터 (2007)」라던가 「언어의 정원」 같은 그의 작품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스토리 라인의 구성은 소년기 첫사랑의 형언하기 힘든 풋내 나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염시킨다.

의자에 갇히기 전까지 정말 한 시간 남짓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요석이 되어버리겠다는 스즈메의 의지는 행동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개연성과 핍진성 모두 너무나도 부족해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사춘기의 제어되지 않는 충동적인 감정과 첫사랑의 열기로 그 모두를 감추어버린다. 관객들은 이상함을 느낄 새 없이 스즈메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점에 있어서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스토리가 이번에도 잘 들어맞아 작동한 것이다.

이러한 첫사랑의 풋풋한 분위기는 이 영화의 주제가 분명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재난 영화들과는 다르게 보는 내내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조금은 어리숙하고 바보 같기도 한 스즈메와 소타의 행동거지, 그리고 그들을 돕는 조력자들의 따듯한 마음씨는 영화 내내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재난이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저 스즈메가 놓여있는 상황, 그 현재에 집중하게 돕는다. 이러한 편안함은 소타가 변한 물체가 다름이 아닌 다리 한 쪽이 없는 유아용 의자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분명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뛰어다니는 유아용 의자를 보는 관객들은 심각한 감정보다는 그 귀여움에 절로 미소 짓게 되는 것이다. 다이진의 외형 또한 이러한 편안함을 조금 더 증폭시켜준다. 마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것 같은 이질적인 모습을 한 귀여운 고양이 다이진은 분명 악역으로 비추어지고 있고, 공포스러운 일들을 행하고 있지만, 그 외형 덕분에 악역보다는 그저 변덕쟁이 캐릭터 정도로 인식된다.


그러나 끝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은 다이진과 사다이진의 정체와 변덕의 이유, 갑작스럽게 스즈메를 이해해 주는 소타의 할아버지, 어딘가 이가 나가버린 타마키에 대한 서사로 인해 갑작스럽고 납득하기 어렵게 느껴진 그녀가 화내는 장면 등은 어쩔 수 없는 개연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이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2000)」 「초속 5센티미터」 이후로 캐릭터 각각의 세부 설정 부족과, 점점 빈약해지는 곁가지 이야기들은 신카이 마코토가 앞으로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점들이 아닌가 싶다.


관람 일자


2023/04/08 - 메가박스 검단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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