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과

by 인레트르

여왕은 오늘도 마법의 거울 앞에 섰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거울이 말합니다.


“여왕님, 여왕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여왕은 거울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거울은 늘 여왕의 아름다움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여왕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름다운 자기를 매일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왕은 분노하였습니다.

타자의 말이 더 이상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지지하지 않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왕은 자기보다 아름다운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왕은 백설공주를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여왕은 할머니로 위장하여 일곱 난쟁이와 함께 살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건넵니다.
백설공주는 그 사과를 받아먹고 쓰러집니다.


다음 날, 여왕은 또 거울 앞에 섭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여왕님, 여왕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


여왕은 매우 만족합니다.


독사과는 백설공주에게 건네진 것이 아닙니다
‘타자의 말이 시작된 자리’에 건네진 것입니다.


여왕은 자신의 자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위협했던 그 말, 그 응시, 그 타자의 말을 폭력적으로 침묵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너는 너를 보는 타자의 시선으로 너를 본다.”


자아는 타자의 말을 경유하여 자기를 확인하려 애씁니다.

라캉이 자아를 나르시시즘적인 환상이라고 말한 까닭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정신분석은 질문합니다.


“나를 규정하는 너는 누구인가?”


“나는 왜 너를 통해서만 나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떠안고 말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프로이트와 라캉이 말한 ‘주체’에 다가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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