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거울

by 인레트르

거울 앞에 선 여왕이 묻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거울이 대답합니다.


“여왕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바로 당신입니다.”


여왕은 거울의 말에 매우 만족해합니다. 그 말에 힘입어, 자신이 정말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 믿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처럼, 여왕은 자기 얼굴과 사랑에 빠집니다.


라캉은 말합니다.


여왕이 나르시시즘에 빠진 이유는 바로 거울의 말, 다시 말해 타자의 말 때문이라고.

여왕은 거울을 본 게 아니라, 거울에게 “들려달라”라고 말한 거라고.


그렇습니다. 거울의 말은 타자의 말입니다. 그리고 타자는 우리의 자아를 구성합니다.


엄마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안고 거울 앞에 섭니다. 아이는 자신을 알지 못한 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거울을 바라봅니다. 엄마는 거울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아가야, 이게 너의 모습이란다. 아름다운 우리 아기, 넌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야.”


여왕의 거울처럼, 엄마의 말은 아이라는 존재에게 자아를 만들어 줍니다.


라캉은 또 다른 말을 덧붙입니다.


“거울은 진실을 비추지 않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실제가 아니라 허상입니다. 자아 역시, 그 허상의 일부입니다. 타자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들 또한, 자기를 온전히 비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도 타자의 말을 따라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 여왕처럼, 거울 앞에서 매일 묻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나는 누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