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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Mar 12. 2023

할 말 없는 어른이 써먹는 꼰대어 종합세트

미성년(Another Child, 2019)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혹시 미성년이세요? 아니어도 괜찮아요. 아마  영화를 보면 그때가 생각날 거예요. 가끔은 머리 뚜껑이 열릴 만큼 화가 날지도 몰라요. 어른이란 인간들이   없을  써먹는 꼰대어가 종합선물세트로 나오거든요.


하지만 17살 여고생 주리, 윤아는 똑똑해요. 꼰대 어른에겐 제대로 팩폭을 날리기 때문에 속이 시원해져요.


이 친구들은 사실 자기네 부모가 부모 같지 않게 한심해 보여요. 왜냐면요. 윤아네 엄마랑 주리 아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거든요. 주리 엄마는 임신까지 했어요. 그래서 주리랑 윤아도 처음엔 학교에서 머리채를 붙잡고 대차게 싸웠어요. 서로 너네 엄마가, 아빠가 상대를 꼬셨다고 하면서요.


윤아는 주리 엄마에게 그냥 질러 버려요. 아줌마 남편이 우리 엄마랑 불륜이라고요. 얘는 속에 있는 말을 참곤 못 살거든요. 근데 이 친구들 부모를 포함해서 어른이란 인간들이 다들 비겁하게 꼬리를 숨길 땐 꼰대가 돼요.




넌 왜 엄마를 이해 못 해?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윤아는 엄마가 애를 안 지운다고 해서 기가 막혀요. 주리 아빠를 사랑한 데나 뭐래나. 19살 때 남자 잘못 만나서 개고생 하다 이제 사랑 좀 하려는 거라고 딸 앞에서 대성통곡하는 거예요. 엄마가 자기 인생 잘못 산 건 알겠는데 자식한테 신세한탄하는 걸 상담까지 해줘야 하나요?




친구 잘 사귀어야 해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학교 선생님은 우등생인 주리만 신경 쓰이나 봐요. 주리랑 몸싸움했던 윤아가 없는 데서 주리한테만 이런 얘기를 하다니. 대학 갈 확률이 높은 학생만 관리하는 건가요? 주리는 윤아가 밉지만 이 꼰대 선생 말도 못 들어주겠어요. 그래서 한 마디 해요.


그런 얘기는 사람 있는데서 하세요.
왜 없는데 뒷담화를 하고 그러세요?




너 미성년이지?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편의점에서 진상 어른이 쓰는 꼰대 말씀이에요. 자기가 공중도덕을 안 지킨 걸 들켰을 때요. 민망하고 기분 나쁘니깐 알바생한테 이런 말을 내뱉고 트집을 잡는 거예요.


안 그래도 엄마 때문에 화딱지가 나는데 윤아는 알바로 일하는 편의점에서 불륜 커플을 봤어요. 척 봐도 모텔 가려는 게 뻔히 보이는 남녀가 거하게 취했는데 가게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거예요. 실내 금연이라고 하니 기분 나빴나 봐요. 대뜸 나보고 미성년자가 알바하는 건 불법이라잖아요. 할 말이 없으니 사과는 안 하고 갑자기 강의를 시작해요.


그래서 CCTV로 지금 실내흡연하는 거 다 찍히고 경찰서랑 영상 공유한다고 말해줬어요. 그러니 불륜남이 도망치듯 나가더라고요.

윤아는 그 커플을 붙잡고 길바닥 위에 서비스로 콘돔을 던져 줬어요. 남들한테 불륜인 거 티 나라고요.




아침으로 주먹밥 했어,
챙겨 먹어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이건 자식 앞에서 분위기가 애매할 때 엄마가 꼭 써먹는 아침 전용 잔소리예요. 주리 엄마는 진짜 답답해요. 벙어리인가요? 분명히 남편이 바람피운 걸 알곤 표정은 고구마 100개쯤 먹은 거 같은데요. 집에선 아무 일 없는 척 평소처럼 연기하면 어떡하라고요? 딸이 정작 중요한 걸 엄마한테 못 물어보잖아요. 왜 주리가 엄마한테 말도 못 꺼내고 혼자만 힘들게 하죠?




우리 가족이

같이 여행 갈까?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바람피운 아빠가 써먹는 단골 멘트인가 봐요. 주리 아빠는 참 넉살도 좋아요. 마누라한테 바람피운 걸 들켜도 좋은 데 가서 기분이 좋아지면 다 잊는 줄 아나 봐요. 어느 집이든 아빠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저런 말을 하는 게 다 비슷한가요?




과자 먹을래?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모르는 아줌마가 이렇게 말 걸면 조심해야 해요. 특히 생김새가 수다쟁이로 보이면 바로 거리두기 하는 게 좋아요.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으면 바로 낚이는 거예요. 과자로 말을 트고 남의 사생활을 캐거든요. 윤아 엄마가 하혈을 해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재수 없게 옆 환자분이 잘못 걸렸어요.


사실 윤아 엄마가 음식점을 하거든요. 근데 주리 엄마가 윤아 엄마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나 봐요. 결국 여기 갔다가 화를 못 참고 배가 부른 윤아 엄마를 밀쳐서 이렇게 된 거예요. 이래도 주리 아빠는 사랑한다면서 말로만 끝나요. 정작 병원엔 코빼기도 안 비치거든요.




그 과자 좀 줄래?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윤아 엄마는 철이 덜 들었어요. 하루 종일 병원밥은 챙겨 먹지도 않고 퍼지게 자더니 병원 휴게실에서 학생이 먹는 과자가 눈에 띄었나 봐요. 산모가 애도 안 보고 밥은 챙겨 먹지도 않고 과자 같은 거나 먹는다고 옆 침대 가족이 보다 보다 못해 엄마한테 한소리 했다가 엄마랑 대판 싸웠어요. 엄마가 엄마가 아니라 딸처럼 미성년 같아요.




야, 너 동전 있냐?  
너 카드 만들래?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윤아는 엄마 병원비 낼 돈이 없어서 따로 사는 아빠를 만났어요. 윤아 아빠란 남자는 척 봐도 인간 말종 같아요. 딸을 오랜만에 봤는데 돈이 궁한가 봐요. 자판기 음료 뽑을 돈도 없으니 인사말로 윤아한테 동전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딸이라고 되게 반가운 척해요. 그 담엔 많이 컸다고 놀라더니 자식 나이도 모르면서 성인이 된 줄 알고 신용카드 영업을 하는 거예요.




주차비 내라고!
만원만.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아빠는 가족을 볼 낯이 없으니 지방에 며칠 도망갔어요. 근데 여기서 웬 술 취한 아줌마가 시비를 걸어요. 여기 바다 근처 자연이 다 자기네 땅이니 차를 두려면 돈을 달라는 거예요. 척 봐도 알코올 중독자로 보이는 여자가 척 봐도 외지인으로 보이는 아빠한테 시비를 걸어서 술값을 뜯어내는 거예요. 이렇게 배짱 좋은 사기꾼은 돈 벌기 참 쉽겠어요.




너희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윤아는 씩씩해요. 자기 아빠한테 실망해서 엄마 병원비를 자기 알바비로 해결하려 하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주리 엄마가 벌써 대신 내줬다는 거예요. 스스로 착한 사람 코스프레 하는 건가요? 아님 돈 없어서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건가요?


윤아는 그 아줌마한테 이런 도움받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주리 엄마한테 직접 찾아가서 이 돈을 메꿔 줬어요. 근데 그 아줌마가 학생인 나보고 공부하랍시고 저런 말을 하는 거예요. 지금 누가 누구한테 훈계하는 거죠? 윤아는 아줌마 일이나 신경 쓰라고 말해줬어요.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주리와 윤아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사는 거 되게 빡세다, 너.
각오가 돼 있어?
힘내.


윤아가 아기에게 처음 건넨 말. 아기를 보곤 주리랑 윤아는 싸우던 걸 둘 다 관뒀어요. 아기가 너무 예뻐서요. 미숙아로 태어난 남동생. 꼬물거리는 몸통이 너무 예뻐요. 몸 크기가 돈가스? 오므라이스? 그 정도 되거든요. 근데 눈, 코, 입, 손, 발. 있을 건 다 있어요. 주리랑 윤아는 다짐했어요. 아기는 죄가 없다. 어떻게든 살리자.


초코? 딸기?


태어날 때부터 뇌가 안 좋았다는 남동생. 얼마 살지도 못하고 그만 하늘나라로 가 버렸어요. 윤아는 엄마 대신 학교까지 그만두고 알바를 뛰면서 키우려 했는데. 사실 어른들은 아기가 죽어도 관심이 없어요. 그 인간들은 오히려 좋아할 거예요. 책임질 게 없어지니까요.


둘은 아기를 그냥 보낼 수 없었어요. 둘, 아니, 아기랑 셋이 뜻깊은 장소에서 마지막 시간을 가져요. 화장 후 남은 아기 뼈는 한 주먹 밖엔 안되더라고요. 장례식이랍시고 아기 뼈를 차마 허공에 뿌릴 수 없었어요.


윤아랑 주리는 초코랑 딸기우유에 아기 뼈가루를 섞어서 나눠 마셔요. 품 안에서 계속 보호해주고 싶은 걸까요.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영화관심_Kino Psycho] 2023.04.30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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