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색광선 Jul 21. 2023

음악을 돈으로 보는 아이돌 그룹 산업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지켜보며.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은 일종의 수출품이다.


아이돌 음악이 발전한 과정은 마치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경제 성장을 해온 방식과 비슷하다. 천연자원 하나 없는 땅에서는 오로지 외국에 먹힐 만한 수출품을 잘 만드는 것 밖에는 성장 대안이 없었다. 한국 아이돌 음악이 발전한 과정도 마치 원자재를 활용해서 해외에 먹힐 만한 새로운 공산품을 개발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요즘 아이돌 그룹 ‘피프티피프티(FIFTY FIFTY)’ 사태를 다룬 언론 기사들을 보면 개인이 신뢰를 저버린 결과로 분석한 내용들이 많다. 물론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얻기 위해 물심양면 지원한 기획사를 배신한 행위자의 잘못이 분명 있다. 다만 한 대중으로서 이 사태를 지켜보며 허탈함이 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을 탄생시키는 작업은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상품 가치가 높은 상품을 찍어내는 과정과도 같다.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언제부터 한국 아이돌 음악은 이윤을 창출하는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을까?



기업화된
아이돌 그룹 생산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은 예술로도 보이지만 일종의 상품이기도 하다. 마치 누군가가 아주 획기적인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절묘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 대박이 나듯 ‘피프티피프티’를 키운 중소기획사도 단숨에 도약할 수 있었다. 흔치 않은 이런 성공 사례를 기대하며 한국 아이돌 음악은 큰돈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아이돌 음악은 가요계에서 하위 장르였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만 유행하는 음악만으로는 음원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한계가 있었다. 수지타산이 맞기 위해선 그때그때 세계에서 주류를 점하는 음악을 뼈대부터 분석하여 한국식으로 응용한 결과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처음 중화권 공략을 목표로 했던 동방신기를 기획했던 SM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오늘날 한국 아이돌 그룹은 세계 시장에 먹힐 만한 차별성을 확보하도록 철저한 사전 기획 과정을 거친 일종의 수출품이다.




아이돌 그룹 홈쇼핑 채널,
음악방송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뮤직뱅크, m-countdown), 나무위키(쇼 챔피언, 쇼 음악중심)


음악방송은 또 어떠한가. 사실상 아이돌 그룹 신곡을 홍보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매주 공중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방송 인기가요 순위를 보면 다양한 장르곡들이 섞여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다. 물론 임영웅 같은 트로트 가수나 나름 두각을 보이는 발라드 가수들이 일부 있다. 하지만 요즘 음악방송은 이런 소수 장르 노래들을 돋보이게 할 만한 무대로는 적당하지 않다.


아이돌 그룹 음악을 만들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아이돌 그룹 노래는 한 곡에 들어가는 보컬 트랙도 많고 화려한 악기 세션이 투입된다. 한국 대중음악 중 그 어느 장르보다도 악기 트랙 수가 많다. 즉, 트랙 하나당 다 돈이 필요하단 뜻이다. 믹싱, 마스터링, 곡 수정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다른 장르 곡을 하나 만들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뿐인가. 그 외 그룹을 홍보하는 데 필요한 제반 비용, 공연 비용은 별도이다. 이 화려한 음악을 가급적 전 세계에 송출해서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돈이 벌린다.


결국 광고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방송사와 아이돌 그룹 홍보를 해야 하는 기획사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각 지상파 방송사와 전문 음악채널은 전체 시청률이 1%도 안 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매주 방송하고 있다. TV 시청률이 저조하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그룹별로 각종 직캠 영상, 멤버별 별도 영상들이 방송사별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면 결국 방송사에겐 광고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 서로 얻는 이익이 있기에 방송사와 아이돌 그룹 기획사 간 공생 관계는 견고해졌다.



음악 장사보다는
스타 장사


이미지 출처: 각 스트리밍 사이트 홈페이지


현재 멜론 등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순위를 양산하는 구조도 기형적이다. 좋아하는 가수, 혹은 그룹을 응원하는 덕후들이 주머니를 털어서 순위를 높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어떤 아이돌 그룹 팬덤이 굳건하게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계정을 만들어 스트리밍, 음원 다운로드를 해주어야 비로소 순위가 올라간다. 팬들은 음악방송 순위를 높여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새로 발매한 노래를 1위로 만들어 준다.


다만 이런 아이돌 그룹들은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가 지나면 활동이 뜸해진다. 물론 아이돌 그룹들이 부른 노래 중 음악성을 높게 평가할 만한 좋은 노래들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런 주옥같은 노래들이 결국 아이돌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 그룹 음악은 노래 자체보다는 스타가 부르는 음악으로 소비하는 경향 때문. 이런 특징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돌 그룹들은 원래 수명이 짧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위 K-POP이라는 문구가 만들어질 정도로 음악 산업이 아이돌 그룹 위주로 기형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 멤버들이 외적인 매력도(외모,  실력, 입담 ) 낮으면 아무리 좋은 음악을 하더라도 소위 말해 뜨기가 힘들다.


분명 명곡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아이돌 그룹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곡 자체가 가진 매력 덕분에 대중의 호응을 얻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순위 버텨내기를 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여자 아이돌 그룹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들여다보면 분명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이 있었다. 이 그룹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주목하고 영리를 꾀하려 했던 사람들은 아이돌 그룹 운영을 하나의 산업처럼 바라보았다. 음악으로 보기 보단 돈 덩어리로 주목받는 아이돌 그룹 산업 실태를 지켜보면 갈수록 씁쓸해진다. 왠지 노래가 좋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아이돌 그룹 노래를 듣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미디어관심] 2023.07.21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창작자-녹색광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