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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May 16. 2019

2018.09_유럽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오른 낙태이슈

지난해부터 폴란드에서는 금요일마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 불리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수천 명이 모여 검은색 옷과 우산을 들고 있는 이 시위대는 폴란드 낙태법에 항의하고 있으며, 이 시위에는 현재 독일 주요 도시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폴란드는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 또는 임신이 강간이나 근친상간의 결과일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해 유럽에서 가장 제한적인 낙태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PiS)’은 이 법을 더 강화하길 원하고 있으며, 로마 가톨릭 주교 역시 집권당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토끼처럼 번식을’이라는 이름으로 출산 장려 캠페인을 벌여 비난 여론에 휩싸인 바 있으며, 현재 2명 이상 자녀를 키우는 가족에 매달 약 118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낙태 전면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폴란드 정부는 최근 체외수정을 위한 예산도 삭감했다.  


현재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는 임신 초기일 경우 혹은 시기에 상관없이 특정 상황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가지고 있다. 여성 낙태권리와 관련된 단체 ‘Center for Reproductive Right’의 유럽 지부에서 일하는 Leah Hoctor는 ‘유로뉴스(Euronews)’와의 인터뷰에서 “28개 EU 회원국 중 25개국은 여성이 낙태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갖고 있으며, 임신 초기에 사회경제적 또는 심리적 이유로 인한 고통이 있다면 제한 없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dw.com


요청에 따른 낙태 허용 기간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다.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의 경우에는 마지막 생리 기간부터 10주 이내이며 스웨덴은 임신 18주 이내다. 영국은 산모나 태아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위험이 있을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EU 국가의 평균 낙태 허용 기간은 임신 12주 이내다. 


폴란드와 같이 EU에서 엄격한 낙태법을 두고 있는 나라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그리고 몰타다. 이중 폴란드에 이어 아일랜드에서도 낙태 이슈가 주요 정치적 의제로 떠올랐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Simon Harris) 보건부 장관은 “오는 5월 25일, 낙태 합법화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국민 투표는 1983년, 산모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권리를 보장하며 낙태를 전면 금지한 헌법 수정안 폐지를 원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묻는다. 35년 만에 유권자의 힘으로 낙태를 합법화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국민투표가 ‘헌법 수정안 폐지’로 결정 나면 아일랜드 의회는 임신 12주 이하 여성과 특수 상황에서 낙태가 가능한 법안을 제정할 계획이다. 


아일랜드는 2012년까지 거의 전면적인 낙태 금지법을 시행해오다 낙태가 거부된 한 여성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었다. 당시 법안이 수정되긴 했으나 여전히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낙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아일랜드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세대에 따라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벨레는 “아일랜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낙태금지조치 개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젊은 유권자들의 개정 지지 의견이 높은 데 반해 65세 이상 유권자들은 반대 의견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편 낙태 진료에 대한 접근이 진보적으로 보이는 유럽 국가 법안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국제가족계획연맹(The 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유럽 네트워크의 파트너인 아이린 도나디오(Irene Donadio)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 법안과 실제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도나디오는 “법안만 보면 여성들이 제한 없이 낙태에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진료부터 시행까지 접근이 어렵고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최근 이탈리아에서 한 여성이 법안과 달리 낙태 수술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었으며, 이에 대해 도나디오는 “낙태 상담을 원하는 여성에 대한 반(反) 여성적인 상담과 치료 거부 등은 유럽 국가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 정치 의제로 떠오른 낙태’ 이슈 

채혜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독일 통신원

chaelee.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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