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한테 잘 말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

지난번에 AI를 켜기 전에 3분짜리 '정의 메모'를 먼저 하라고 했다.

by 어팀공

지난번에 AI를 켜기 전에 3분짜리 '정의 메모'를 먼저 하라고 했다.

근데 솔직히 이런 생각 안 들었어요?

"그래서 그걸 AI한테 어떻게 말하라고?"


결국 말을 잘 해야 한다

목적도 정했고, 독자도 정했고, 형태도 정했다.

그런데 막상 AI 채팅창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멈춘다.

뭔가 쓰긴 써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그래서 결국 이렇게 치게 된다.

"이거 좀 정리해줘."
"이 내용으로 보고서 만들어줘."
"이거 요약해줘."

AI는 이 문장을 받아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근데 결과물을 보면 항상 뭔가 아쉽다.

방향이 조금 다르거나, 너무 길거나, 너무 짧거나, 내가 원하는 톤이 아니거나.


그리고 수정을 시작한다. 또 수정한다. 또 수정한다.

결국 AI를 쓰는 건지, AI를 달래는 건지 모를 상태가 된다.


문제는 "말하는 방식"에 있다

AI 결과물이 아쉬운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AI의 능력 탓으로 돌린다.

"이 AI가 좀 별로야." "GPT는 되는데 이건 안 되네." "아직 한국어가 약한가봐."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AI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느냐에 있었다.


같은 AI에게, 같은 주제를, 다르게 요청하면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걸 직접 느낀 순간이 있었다. 어떤 제안서를 쓰면서 AI한테 이렇게 물어봤다.

"물류 탄소 측정 솔루션 소개 자료 써줘."

결과물은 교과서 수준의 개요였다. 탄소 측정이 왜 중요한지, 어떤 방식이 있는지 같은 일반적인 내용.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대형 화주 기업의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우리 솔루션이 ISO 14083을 기반으로 현장 데이터를 자동 수집해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준다는 내용을 2페이지 분량의 제안서 첫 섹션으로 써줘. 너무 기술적으로 쓰지 말고, 비용 절감과 규제 대응이라는 실익 중심으로."

결과물이 달랐다.

상대방 언어로, 내가 원하는 구조로, 내가 쓸 수 있는 형태로 나왔다.

AI가 달라진 게 아니었다. 내가 말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었다.


프롬프트를 구조로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프롬프트 잘 쓰는 법'을 검색한다.

근데 거기서 나오는 팁들은 대부분 너무 기술적이거나, 너무 추상적이다.

"역할을 부여해라." "단계적으로 설명해라." "예시를 들어라."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실제로 업무에서 쓰려고 하면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나는 프롬프트를 4가지 요소로 구조화해서 쓴다.

이 4가지만 채우면, 어떤 업무를 AI한테 요청하든 결과물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프롬프트 4요소 : 목적 · 맥락 · 제약 · 형태

1. 목적 (Purpose) — "이걸 왜 만드는가"

가장 먼저 써야 하는 것, 그런데 가장 많이 빠뜨리는 것이다.

"보고서 써줘"가 아니라 "이 보고서가 팀장 설득을 위한 것인지, 고객 제안을 위한 것인지"를 AI한테 알려줘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목적이 다르면 구조가 달라지고, 강조점이 달라지고, 톤이 달라진다.

내부 보고용 문서와 외부 제안서는 완전히 다른 글이다. 그런데 "보고서"라는 단어 하나로는 AI가 그걸 구분할 수 없다.


실전 팁 : 목적을 쓸 때는 이 한 문장을 기준으로 써보자.

"이 결과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____이다."

그 빈칸을 채운 문장이 곧 목적이다.


2. 맥락 (Context) — "누가, 어떤 상황에서 읽는가"

AI는 내 회사가 어떤 곳인지, 내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른다.

나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걸 알려줘야 한다.

"고객사"가 아니라 "연간 매출 1조 이상의 대형 물류사, ESG 보고 의무가 있는 상장사"라고 써주면 AI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팀장"이 아니라 "기술보다 비용과 리스크 관리에 민감한 임원"이라고 써주면 달라진다.


맥락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다. 상황에 대한 정보도 포함된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긴급 자료", "3번이나 반려된 기획안", "처음 접하는 고객을 위한 첫 소개 자료" — 이런 상황 정보가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무게감을 조절해준다.


실전 팁 : 맥락을 쓸 때는 아래 두 가지를 채워보자.

읽는 사람 : ____
이 사람의 관심사/우려 : ____


3. 제약 (Constraint) — "하면 안 되는 것,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제약은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이건 하지 마' : 너무 기술적인 용어 쓰지 마. 경쟁사 언급하지 마. 가격 얘기는 빼줘.

'이건 반드시 해' : A 파트를 전체의 30% 이상 비중으로 써줘. 특정 키워드는 꼭 포함해줘. 회사명은 정식 명칭으로만 써줘.


제약을 안 쓰면 AI는 "일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든다.

그게 내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는데, AI는 그걸 모른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다.

외부 발표용 자료를 만드는데 AI가 경쟁사 제품을 비교 분석 자료에 넣어버렸다.

AI 입장에서는 "비교 분석이니까 경쟁사도 당연히 포함하는 거 아냐?"였겠지만, 그건 내가 쓸 수 없는 자료였다.


처음부터 "경쟁사 직접 언급 금지"라는 제약을 넣었으면 안 생길 일이었다.


실전 팁 : 제약을 쓸 때는 이걸 생각해보자.

이 결과물을 받았을 때 내가 바로 지우게 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미리 "하지 마"로 써두면 된다.


4. 형태 (Format) — "어떻게 생긴 결과물이 필요한가"

마지막이지만, 실용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분량, 구조, 형식, 문체. 이 네 가지를 명시해주면 AI는 내가 바로 쓸 수 있는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2페이지 분량", "총 5개 섹션으로 구성", "bullet point로", "표로 정리", "구어체로" - 이런 지정이 없으면 AI는 자기 판단으로 형태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판단이 항상 내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실무에서 가장 자주 빠뜨리는 게 "바로 쓸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지정이다.

내가 PPT에 붙여 넣을 건지, 이메일로 보낼 건지, 문서로 제출할 건지.

그 목적지를 알면 AI는 훨씬 실용적인 결과물을 만든다.


실전 팁 : 형태를 쓸 때는 이 질문을 스스로 해보자.

이 결과물을 받으면 나는 어디에 붙여 넣을 건가?

그 공간의 규칙을 AI한테 알려주면 된다.


4요소를 실제로 조합하면

이론보다 예시가 빠르다.

AS-IS (기존 방식) :

"우리 솔루션 소개 자료 써줘."

TO-BE (4요소 적용) :

[목적] 신규 고객사 미팅 전, 담당자가 미리 읽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사전 소개 자료야.
[맥락] 읽는 사람은 대기업 물류 계열사의 ESG 팀장. 탄소 규제 대응이 당면 과제인데, 솔루션 도입 경험은 거의 없어.
[제약] 기술적인 설명 최소화. 가격은 언급하지 마. "업계 최초", "압도적" 같은 과장 표현 금지.
[형태] A4 1장 분량. 도입 배경 → 솔루션 핵심 기능 → 기대 효과 순서로 구성. 딱딱하지 않고 읽기 쉬운 문체로.

같은 AI, 같은 솔루션,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이걸 매번 쓰려면 더 오래 걸리는 거 아냐?"

처음엔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근데 실제로 해보면 반대다.

프롬프트를 4요소로 구조화해서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분이다.

그리고 그 2~3분이, 이후 수정을 반복하는 15~20분을 없애준다.


게다가 4요소를 한 번에 완벽하게 다 채울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가장 놓치기 쉬운 요소가 뭔지 하나씩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결과물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 맥락 하나만 추가해도 결과물이 확 달라진다.


내일 당장 써먹을 한 줄 액션

다음에 AI한테 뭔가 요청할 때, 치기 전에 딱 10초만 생각해보자.

"내가 지금 목적 · 맥락 · 제약 · 형태 중 뭘 빠뜨리고 있나?"

그것 하나만 채워 넣어도 결과물이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서, 이렇게 잘 구조화한 프롬프트조차 AI가 예상과 다르게 응답할 때 -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원하는 결과물로 수렴시킬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볼게요.


#AI활용 #프롬프트 #기획자 #직장인AI #업무효율 #프롬프트엔지니어링 #AI업무활용 #기획력 #스마트워크 #AI시대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AI한테 시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