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매번 같은 말 하는 게 지겨워졌다면

AI한테 반복 설명하는 시간, 진짜 아깝지 않나요?

by 어팀공

AI랑 일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오늘도 보고서 초안 써달라고 하려는데,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한다.

"우리 회사 물류 플랫폼이고요, 톤은 좀 공식적으로, 형식은 소제목 3개에 각 항목 3줄 정도로…"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던 그 말을 또 한다. 그리고 그걸 입력하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진짜 비효율적이다.


맞다. 비효율적이다.

근데 이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AI가 기억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AI는 기본적으로 대화가 끝나면 리셋된다. 메모리 기능을 따로 켜두지 않으면, 내가 어제 설명한 것, 지난주에 세팅한 것, 다 초기화된다. Claude나 ChatGPT 모두 메모리 기능이 생기긴 했지만, 그걸 세팅해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AI가 기억을 못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근데 사실 문제는 AI의 기억력이 아니라, 나한테 '재사용 가능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AI한테 매번 설명하는 것들은 꽤 일정하다.

나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이 글은 어떤 독자를 위한 것이고, 톤은 이렇게, 형식은 저렇게.

이 내용은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매번 그걸 처음부터 다시 타이핑한다.

그 반복을 끊는 방법이 있다. 바로 프롬프트 템플릿이다.


템플릿이란 뭔가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사실 별거 없다.

"내가 이 유형의 작업을 AI한테 시킬 때 항상 하는 설명"을 한 번만 제대로 정리해서 저장해두는 것.

그게 전부다.


예를 들어 나는 자주 쓰는 업무 유형별로 템플릿을 3~4개 만들어뒀다.

외부 제안서 초안용, 내부 보고용, 블로그/콘텐츠용, 이메일 초안용.


각 템플릿에는 이런 요소들이 들어간다.

역할 설정 : AI가 어떤 포지션으로 답해야 하는지

배경 정보 : 우리 제품이나 회사에 대해 AI가 알아야 할 기본값

톤 조건 : 딱딱하게? 친근하게? 공식적으로?

형식 지시 : 분량, 소제목 구성, 글머리 기호 여부 등

출력 조건 : 어떤 형태로 답을 줘야 하는지


이 다섯 가지가 잘 정리된 텍스트 덩어리가 하나 있으면, 앞으로 같은 유형의 작업을 할 때 그걸 붙여넣고 오늘의 요청사항만 덧붙이면 된다.


설명 시간이 반으로 줄고, 결과물 품질은 훨씬 일정해진다.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줄게

내가 실제로 쓰는 외부 제안서 초안 템플릿이다. (업종은 바꿔서 표현했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외부 제안서 초안 템플릿]

너는 B2B SaaS 스타트업의 사업개발 팀장이야.

기술 기반 솔루션을 기업 고객에게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배경 정보 :

우리 제품은 기업의 운영 비용 절감을 돕는 데이터 관리 솔루션이야

주요 고객은 제조/물류 업종의 중견~대기업이고, 의사결정자는 보통 운영기획 또는 SCM 담당 임원이야

우리 회사는 설립 3년차, 주요 레퍼런스 5개 이상 보유


톤 조건 :

공식적이되 너무 딱딱하지 않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투

전문 용어는 쓰되, 과도한 기술 설명은 피할 것

결론 먼저, 이유는 그다음 구조로


형식 지시 :

소제목 3개 구성 (도입 → 제안 핵심 → 기대효과)

각 소제목 아래 2~3문단

전체 A4 1페이지 분량 기준


[오늘 요청]

다음 내용을 위 조건에 맞게 제안서 초안으로 작성해줘. (여기에 오늘의 요청 내용 입력)

이 형태로 저장해두면, 다음엔 맨 아래 오늘의 요청만 바꾸면 된다.

배경 설명, 톤 조건, 형식 지시를 매번 새로 쓸 필요가 없다.


처음 템플릿 만드는 데 20~30분 걸린다.

근데 이걸 한 번 만들어두면 비슷한 작업을 할 때마다 5~10분씩 아낄 수 있다.

두 번만 써도 본전이다.


좋은 템플릿과 나쁜 템플릿의 차이

템플릿 얘기를 하면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보고서 써줘. 전문적으로. 깔끔하게."

이건 템플릿이 아니다. 그냥 짧은 지시다.

좋은 템플릿은 AI가 판단할 여지를 줄이는 것이다.

"전문적으로"는 사람마다, AI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딱딱하지 않은 공식 말투로, 결론 먼저, 소제목은 세 개로"처럼 구체적으로 좁혀줘야 매번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내가 직접 해보면서 발견한 좋은 템플릿의 조건 세 가지를 정리하자면 :

첫째,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전문가처럼 써줘"가 아니라 "너는 OO 업종의 OO 직무를 맡은 사람이야"처럼 캐릭터를 줘야 한다.

특히 보고서·제안서·콘텐츠 같은 글쓰기 작업에서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줄수록 AI가 그 맥락에 맞는 표현과 톤을 더 잘 골라낸다.


둘째, 변하지 않는 정보와 매번 달라지는 정보를 분리해야 한다.

배경 설명, 회사 정보, 톤 조건은 거의 안 바뀐다. 이건 템플릿 윗부분에 고정해둔다.

오늘의 구체적인 요청, 대상 고객, 특수한 조건 같은 건 매번 바뀐다.

이건 맨 아래에 별도 칸으로 구분해서 입력하는 게 좋다.


셋째, 출력 형태를 미리 정해둬야 한다.

분량, 구성, 포맷. 이걸 안 정해주면 AI가 매번 다른 형태로 답한다. 어떤 날은 소제목 다섯 개짜리를 주고, 어떤 날은 줄글로만 온다. 내가 원하는 형태를 미리 못 박아 두면 결과물을 다듬는 데 쓰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템플릿 만들기가 막막하다면

처음부터 완벽한 템플릿을 만들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만든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역추적하기다.

지금까지 AI한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았던 프롬프트 하나를 꺼내봐라.

그게 없으면 오늘 AI한테 무언가 요청해서 괜찮은 결과가 나왔을 때, 그 프롬프트를 저장해둬라.


그리고 그 프롬프트를 보면서 이렇게 물어봐라.

"이 중에서 다음에 같은 작업을 할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어디지?"

그 부분이 템플릿의 뼈대다.

매번 바꿔야 하는 내용만 빼내서 아래 칸으로 내리면, 기본 템플릿이 완성된다.


처음엔 조잡해도 괜찮다.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치게 된다.

잘못된 부분이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수정하면 된다.

3~4번 쓰다 보면 꽤 쓸 만한 템플릿이 된다.


AI한테 템플릿 자체를 만들어달라고 해도 된다

이건 좀 재밌는 방법인데, 실제로 효과가 좋다.

내가 자주 하는 작업을 AI한테 설명하고,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나는 [업종/직무]에서 일하고 있고, 자주 하는 작업은 [작업 유형]이야.
이 작업을 효율적으로 시키기 위한 프롬프트 템플릿을 만들어줘.
고정 조건과 매번 바꿀 부분을 구분해서 작성해줘."

그러면 AI가 꽤 쓸 만한 초안을 준다. 물론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실제 내 상황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이 방법으로 나는 주요 업무 유형 4~5개에 대한 템플릿을 하루 반나절 만에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템플릿들이 잘 돌아가고 있다.


한 가지 더.

Claude나 ChatGPT의 '프로젝트(Projects)' 기능을 쓰고 있다면, 만든 템플릿을 매번 복붙할 필요도 없다. 프로젝트 설정에 시스템 지시로 한 번 등록해두면, 그 프로젝트 안에서 여는 대화에는 자동으로 적용된다.

텍스트 파일 저장보다 한 단계 더 편한 방법이다.


템플릿을 쌓으면 생기는 것

처음엔 그냥 "반복 줄이는 도구"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효과가 생겼다.

내가 하는 업무 유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템플릿을 만들다 보면 "이 작업은 어떤 맥락에서 하는 작업인지", "이 결과물은 누구를 위한 건지", "이 포맷이 왜 이 포맷인지"를 스스로 정리하게 된다.


AI한테 설명하기 위해 내가 먼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하니까.


이게 쌓이다 보면, AI 없이도 업무를 더 빠르게 구조화하는 능력이 생긴다.

프롬프트 템플릿 만들기가 사실은 기획 훈련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 당장 가장 자주 하는 AI 작업 하나를 골라서, 그때마다 반복하는 설명을 텍스트 파일에 옮겨둬라.

그게 첫 번째 템플릿이다.


오늘 당장 해볼 것 하나

지금 가장 자주 하는 AI 작업 유형 하나를 고르고, 그때마다 반복하는 배경 설명·톤 조건·형식 지시를 하나의 텍스트 파일에 정리해라. 맨 아래에는 "오늘의 요청" 칸을 빈칸으로 남겨둬라.


그게 첫 번째 프롬프트 템플릿이다.

다음엔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 거다.

템플릿을 만들었는데도 결과물이 매번 조금씩 다른 이유, 그리고 AI가 일관되게 작동하게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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