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이 통하기 시작했다
처음 AI한테 말을 걸었을 때, 나는 꽤 당황했다.
분명히 내가 원하는 걸 말했는데, 돌아오는 건 뭔가 어긋난 답이었다.
틀린 건 아닌데, 내가 원하던 건 아닌 느낌. 마치 처음 만난 사람한테 "좋은 카페 없어요?"라고 물었더니 전국 카페 리스트를 건네받은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더 길게, 더 자세하게. 그래도 뭔가 달랐다.
그게 1부를 쓰게 된 이유였다.
지난 19화에 걸쳐 우리가 함께 다룬 건 사실 하나의 주제였다.
"AI한테 어떻게 말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나."
처음엔 프롬프트 기술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단어를 쓰면 좋은지, 어떤 구조로 질문해야 하는지. 근데 19화를 쓰고 나서 돌아보니, 핵심은 따로 있었다.
AI와 제대로 대화하는 건, 기술보다 사고방식의 문제였다.
처음에 AI한테 뭔가를 시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실수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그냥 던진다.
"기획서 써줘." "회의 자료 만들어줘." "이거 요약해줘."
그러면 AI는 열심히 답한다.
근데 그 답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왜냐면 AI는 내가 원하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도 제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1부에서 계속 반복된 핵심이었다.
"AI한테 물어봤는데 왜 답이 틀렸을까"로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AI의 능력이 아니라, 내가 뭘 원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었으니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신규 서비스 기획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나는 AI한테 이렇게 말했다.
"경쟁사 분석해줘." AI는 나름 열심히 답했지만, 내가 원했던 건 '우리 서비스의 차별점을 찾기 위한 경쟁사 분석'이었다.
방향이 달랐다.
틀린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내가 먼저 정리하지 않았던 거다.
1화부터 5화까지는 그 얘기였다.
AI한테 시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 AI한테 잘 말하는 법, 엉뚱한 답이 나왔을 때 포기하지 않는 법, 매번 같은 말 반복하지 않는 법.
이 다섯 화는 결국 하나였다.
"AI를 쓰기 전에, 내가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실제로 이걸 체감한 건 5화를 쓰고 나서였다.
자주 쓰는 지시 문장들을 템플릿으로 저장해두기 시작했더니, AI한테 말 거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대화의 시작점이 매번 달라지지 않으니까.
AI가 어제와 오늘 다른 답을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황당했다.
같은 질문인데 왜 다른 답이 나오는 건지. 버그인가,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6화에서 다룬 게 그 얘기였다.
AI는 매번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 이전 맥락을 이어받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AI와 어제의 AI는 사실상 다른 출발점에서 말을 건넨다.
이걸 이해하고 나서야, 나는 매 대화마다 맥락을 처음부터 설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AI가 오늘은 이렇고 내일은 저런 이유, 엉뚱한 방향으로 달릴 때 어떻게 할지, 기획자가 AI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 역할을 줘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AI는 칭찬을 들을수록 거짓말을 한다는 것.
이 다섯 화는 AI를 블랙박스로 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면서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10화 — AI가 칭찬을 들을수록 거짓말을 한다는 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잘 믿기지 않았다.
"맞아, 완벽해!" 하고 계속 동의해줬더니, AI가 점점 내 기대에 맞춰 말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보다,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우선으로 하는 것처럼.
그래서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이게 진짜 맞는 방향이야?"라고 되물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AI를 잘 쓰는 사람은 AI를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다.
AI의 특성을 알고 그것에 맞게 대화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11화를 쓸 때 나는 꽤 오래 고민했다.
'길게 말한다고 더 잘 이해하는 게 아니다'는 말이, 얼핏 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잘 안 지켜지는 원칙이어서.
우리는 보통 중요한 요청일수록 더 길게 설명하려 한다.
배경도 설명하고, 이유도 붙이고, 조건도 다 넣고. 근데 AI는 그 긴 문장에서 정작 핵심 요청을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핵심 한 줄이 명확할 때 더 좋은 답이 나온다.
12화에서 다룬 예시 이야기는, 실제로 써보면 확실히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써줘"라고 샘플 하나만 보여줘도 AI의 문체와 방향이 확 달라진다.
설명 열 줄보다 예시 하나가 훨씬 강하다.
길게 말한다고 더 잘 이해하는 게 아니라는 것, 예시를 보여주면 완전히 달라지는 것, AI가 모른다고 할 때 진짜 모르는 건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 한 번에 다 시키면 안 되는 이유, 대화를 저장해두는 것이 왜 자산이 되는지.
이 다섯 화에서 나는 AI와의 대화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축적되는 과정으로 보기 시작했다.
잘 됐던 대화를 저장해두고, 잘 됐던 프롬프트를 기록해두고, 다음번에 비슷한 작업이 생기면 그걸 꺼내 쓴다.
그러면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잘 되는 대화에는 패턴이 있다.
그리고 그 패턴은 반복할 수 있다.
16화에서 다룬 "AI한테 틀렸다고 말하는 기술"은 사실 처음엔 좀 어색한 주제였다.
AI한테 틀렸다고 말한다고? 그게 뭔 소용이야? 싶었던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근데 실제로 해보면 다르다.
막연하게 "다시 해줘"라고 하는 것보다,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왜 틀렸고,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해"라고 말하면 훨씬 빠르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한다.
AI한테 피드백을 주는 것도 기술이다.
17화에서는 AI를 회의실에 데려가는 방법을 다뤘다.
실시간으로 회의하면서 AI한테 아이디어를 검토받거나, 반대 논리를 세워달라고 하거나, 놓친 관점을 물어보는 것.
처음에는 이게 자연스럽지 않다.
근데 한두 번 해보면, 회의의 밀도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AI한테 틀렸다고 말하는 기술, AI를 회의실에 데려가는 방법, 프롬프트에도 버전이 필요하다는 것, AI를 팀으로 쓰는 방법.
마지막 네 화는 AI를 혼자 쓰는 것에서 일의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으로의 전환이었다.
AI를 잘 쓰는 개인이 되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을 팀 전체로 퍼뜨리는 것.
그게 1부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처음으로 AI한테 원하는 결과물이 나왔던 순간.
대단한 프롬프트를 썼던 게 아니었다.
그냥, AI한테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정리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이 결과물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누가 읽을 건지.
어떤 톤이어야 하는지.
그렇게 머릿속에서 한 번 정리하고 나서 말을 걸었더니, AI의 답이 달라졌다.
그게 말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AI가 갑자기 똑똑해진 게 아니었다.
내가 더 명확해진 거였다.
이게 1부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AI와의 대화는 AI를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생각을 더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AI 활용 팁이 아니다.
기획자한테는 원래 필요했던 능력이다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목적을 먼저 세우고, 조건을 구체화하는 것.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좋은 기획은 이렇게 시작했다.
AI는 그 능력이 있는 사람한테 훨씬 강력한 도구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1부를 마치면서 좀 뭉클했다.
19화를 쓰는 동안 나도 계속 배웠다.
쓰면서 정리됐고, 정리되면서 또 써졌다.
독자가 읽는 글이었지만, 사실은 내가 나한테 쓰는 글이기도 했다.
AI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게 도구라고 생각했다.
망치나 계산기처럼.
잘 쓰면 편하고, 못 써도 그만인.
근데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AI는 도구가 맞다.
근데 생각을 확장시키는 도구다.
나의 기획을 더 빠르게 검증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주고, 혼자서는 며칠 걸렸을 작업을 몇 시간 안에 끝내게 해주는.
그러려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대화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1부에서 우리가 함께 쌓은 건 그거다.
가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
"나는 AI를 써봤는데 별로 쓸모가 없던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묻고 싶다.
어떻게 말을 걸었냐고. AI가 별로였던 게 아니라, 대화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거일 수 있으니까.
1부를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제 그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1부가 AI와 대화하는 기본기였다면, 2부는 그 기본기를 실전에 꽂아 넣는 이야기다.
기획서를 쓸 때 AI를 어떻게 쓰는지.
보고서를 올릴 때 AI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지.
회의 전에 AI한테 뭘 물어야 하는지.
리서치를 AI와 함께 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설득이 필요한 순간에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기획자의 하루를 따라가면서, AI가 실제로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장면 하나하나로 풀어낼 생각이다.
추상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구체적인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AI와 나눈 대화 중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온 대화 하나를 찾아보자.
그 대화에서 내가 어떻게 말했는지 한 번만 되짚어보면 된다. 잘 됐을 때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화에서는 2부의 첫 번째 장면으로 들어간다.
기획서를 쓸 때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 아이디어 정리부터 문서 완성까지의 흐름을 실전 그대로 풀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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