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고통, 성장에 대한 작은 생각

by 리도란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계속 읽고 있다. 잦은 유튜브 콘텐츠 노출로 인한 도파민의 영향인지, 혹은 너무 많은 콘텐츠에 노출된 탓에 찾아온 식상함 때문인지, 요즘은 예전처럼 오랜 시간 한 권의 책에 몰입하지 못한다. 나에게 맞지 않거나 흥미롭지 않은 책은 도무지 읽히지 않고, 저자와 대화하듯 읽는 책은 활자를 따라가는 시간보다 곱씹는 시간이 길어져 책장이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다.


2025년 들어 생각을 깊게 만들었던 책은 세 권이다. 첫 번째가 ‘불변의 법칙’, 두 번째가 ‘먼저 온 미래’,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다. 세 권 모두 인간의 본질, 기술의 본질, 혹은 리더의 본질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실패를 통과하는 일’은 고통과 번민, 선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직을 이끄는 모든 팀장과 리더, 조직장들이 겪는 그것과 정확히 닿아 있지만, CEO로서 감당해야 하는 더 큰 그릇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고통은 많이 배워서 더 안다고 해서 덜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고, 마음이 넓다고 해서 상처가 작아지지도 않는다. 고통은 언제나 고통이고, 인간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서 가장 큰 것으로 여긴다. 그 크기가 크든 작든, 여러 사람이 얽힌 일이든, 오로지 자신에게만 닿은 일이든, 결국 인간에게 고통은 ‘지금 이 순간의 내 고통’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의아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저자가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지금 보여줘야 할 모습’을 분리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한 회사의 CEO로서, 그는 헤어질 사람에게 마지막까지 따뜻한 배려를 건네야 하는 입장이었다. 곧 부숴야 할 물건을 정성껏 만드는 일과도 같았다. 물론 그 안에는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매각이라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견뎌야 할 마음의 무게를 생각하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가 책 속에 펼쳐져 있다.


나는 언제부턴가 ‘언제든 조직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그래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없이도 보장된 삶을 이어가게 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 이 두 마음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결국 나의 본질에 해당한다. 더 현명하지도 않고 더 배려심 깊지도 않은, 그저 그렇게 생겨먹은 삶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살고, 또 그래서 다른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실패,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한 성장. 말로 표현하면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견디기 어려운 그 과정이 과연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가를 자문해본다. 세상에는 그림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그림처럼 살다가 그림처럼 생을 마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고통을 통한 성장과 번민을 통한 깨우침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가. 혹은 그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확실한 것은, 고통조차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면 더 이상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 읽히면서도 무겁고 깊은 이 책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지금의 삶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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