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가 이끄는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가 증권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지난 3분기 포지션 중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양사의 풋옵션을 매수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는 CNBC 방송과 X를 통해 “AI 칩과 온톨로지 기업을 공매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친 짓”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때마침 팔란티어는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이는 팔란티어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술 빅테크 기업들이 며칠 새 겪고 있는 공통된 상황이기도 하다.
이 일은 단순히 주가 예측이나 기업 대표자의 입장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를 넘어, 완전히 반대된 관점에 선 두 축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최근 나는 리더, 조직장, 수장, 대표자 역할을 수행하는 일에 대해 큰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그 역할이란 본질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입장 중 한쪽을 대변하거나, 완전히 다른 두 진영 사이의 다리를 놓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성격의 업무는 그 자체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고통은 찰나가 아닌, 지속되는 성격을 지닌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상황과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의 이 순간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내가 ‘나의 철학’이라 믿고, ‘나의 원칙’이라 여겼던 관념들조차 사실은 2025년 11월 X일 OO시 OO분의 생각일 뿐이다. 어제의 생각과 내일의 생각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사람의 머릿속은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의 흐름 속에 빠지다 보면, 세상에 과연 ‘옳고 그름’을 재단할 수 있는 절대적 척도가 존재하는가 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되어야 하는 모습과 지금의 모습 사이에서 끊임없는 충돌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번뇌에 시달리기도 한다. 때로는 “차라리 젊은 세대들처럼 공격적인 투자로 한몫 챙기고 사회생활을 빨리 은퇴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민의 늪에 빠져 질식할 것 같은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달리기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공을 때릴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신나게 드라이브를 나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럴 때 조용히 나의 루틴을 따른다.
나의 일상은 루틴과 to-do list, 그리고 예정된 미확정의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분이 좋아도 나빠도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몸이 좋아도 나빠도 설거지가 보이면 바로 처리하고, 마른 빨래는 정리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이상 두지 않으며, 재활용 쓰레기도 하루 한 번은 반드시 내다버린다.
출근하면 그날의 할 일을 정리해 체크리스트로 지우며 클리어하고, 조금 먼 미래의 일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미리 처리한다. 이렇게 매일 해야 할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요동칠 때 큰 도움이 된다.
적어도 그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감정을 되새기거나 증폭시킬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떠올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희미해진다.
만약 한 가지 생각이나 방향성이 당신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면, 일상의 루틴을 조금씩 늘려보길 권한다.
그 루틴을 수행하는 시간은 어쩌면 고통에서 잠시 해방되는 유일한 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