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으며 저자에게 배우고, 나 자신과 대화하고, 때로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또 스스로의 신념을 지킨 것이 자랑스러워지기도 하는 감정 변화의 연속을 겪고 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 오늘 꽂힌 부분은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근 나는 나라는 사람의 주변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 만나는 사람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 오래 지속되는 관계는 드물다.
- 신뢰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 하지만 오래 만나며 신뢰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 그리고 그런 사람이 어쩌다 믿지 못할 행동을 하더라도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관계를 제외하고, 회사를 다니며 만들어진 관계 중 내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간 함께 일하고 어울리며 밥도 먹고 술도 마신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한 줌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데, 쥐어짜내 보아야 세 명이 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은 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약 내가 동업을 한다면, 중요한 일을 함께 한다면, 나의 등 뒤를 맡겨야 한다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한 달 동안 여행을 가라고 한다면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판단이다. 감정이 변해도 신뢰가 유지될 때, 그 관계는 진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기보다, 믿을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는 찰리 멍거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커리어의 원칙이 나온다.
- 자신이 사지 않을 것은 팔지 않는다.
- 존경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
-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하고만 일한다.
중요한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래도록 두고 보며 지켜봐야 하고, 고난을 함께 헤쳐봐야 하며, 절박한 상황에서의 행동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래서일까. 최근 업무상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 내가 기대감을 잃거나 앞으로 함께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는 모두 닮아 있다.
- 일을 그르치고도 책임이 아닌 핑계를 찾을 때,
- 직업 윤리를 저버리고도 불편함이 없을 때,
-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일 때,
—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신뢰의 끈을 놓는다.
어떤 사람이 가깝게 일하면서도 10년 동안 위의 세 가지 잘못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믿어도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함께할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그 신뢰 하나로 버텨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내가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신뢰는 조심히 다뤄야 한다.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한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