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살롱 # 03
2025년 5월 22일, 토트넘 홋스퍼가 17년 만에 유럽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결승전 한 골은 브레넌 존슨의 결정적인 득점으로 나왔지만, 단상 위에 선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서른두 살의 나이에 마침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을 제시했다. 이 칼럼에서는 손흥민이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밟아온 여정과, 그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헤리 케인과 비교하며 들여다보고자 한다. 끝으로, 그의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과 이를 위해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를 제안한다.
2023년 여름, 해리 케인은 19년 동안 지켜온 토트넘 유니폼을 벗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했다. (해리 케인은 2023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위키백과. 당시 케인은 “더 많은 우승 경험을 위해”라는 이유를 밝혔지만, 토트넘 팬들의 심정은 복잡했다. 이미 구단의 모든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유스 출신 레전드’가 떠난 뒤, 남은 선수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그 중심에는 2023년부터 공식 주장을 맡은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2024-25 시즌 내내 팀을 위해 스스로 속도를 맞췄다. 유로파리그 본선에서는 부상으로 인한 공백도 있었지만, 팀이 흔들릴 때마다 경기장 안팎에서 동료들을 다독이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토너먼트 후반부, 무리한 일정 속에서 지친 팀원들이 ‘트로피 가능성’을 의문시할 때도 그는 “지금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때”라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결승전이 열린 5월 22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는 7만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으며, 선발 명단에서 돌아가며 벤치에 머물렀던 손흥민은 교체로 투입되어 팀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0-0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23분, 브레넌 존슨이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주장은 동료들과 함께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며 환호했다. 그리고 최종 휘슬이 울리자 곧바로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 바이라트를 흔들며 토트넘 역사상 첫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 역사상 17년 만의 메이저 유럽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기록으로 남았다. 위키백과
해리 케인이 “트로피를 위해 떠났다”라고 말한 반면, 손흥민은 “팀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며 잔류를 택했다. 2023년 이적 시장 개막 직전까지도 케인을 붙잡으려는 토트넘 구단의 노력은 컸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몸담은 팀을 떠나 독일로 향했다. (해리 케인은 2023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위키백과
반면 손흥민은 “여기서 더 많은 것을 완성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이를 두고 “Son leads by example”이라 평했고, “클럽을 위한 헌신과 투지가 확연히 다르다”라고 칭찬했다. UEFA.com
사실 케인은 토트넘의 ‘얼굴’이었지만, 단 한 번의 메이저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는 런던을 떠나갔으나, 2025년 현재까지도 바이에른에서 단 한 차례도 유럽대회 정상에 서지 못했다. 반면 손흥민은 “우승은 경험으로 쌓을 수 없다.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남아 팀을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17년 무관의 한을 풀었다.
영국 현지 매체와 팬들은 손흥민을 일컬어 ‘토트넘의 새로운 구심점’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관중 평균이 6만 명을 넘는 EPL 경기장 안팎에서 토트넘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항상 담담하게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결승을 앞두고 온갖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그는 “어떤 결과든 우리 모두 함께 책임지겠다”라고 말했고, 이는 팀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Son's leadership shadows when the stars are high. He needs't need to win the top scorer's title to prove his leadership. Rather, he is happy about his teammate's goal and puts his team first.
손흥민의 리더십은 별이 높을 때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팀 동료의 골에 기뻐하며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UEFA.com
“Kane도 훌륭했으나, Son은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리더십 그 자체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동료를 믿어주니, 선수들은 더 뛰게 된다.”
- 영국 팬 커뮤니티 -
이처럼 손흥민은 ‘필드 위에서의 뛰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동료를 존중하고 앞장서는 자세’ 하나로 잔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손흥민이 직접 언급한 바 있듯이, 그는 “나 스스로를 앞에 내세우기보다 팀을 돕고, 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는 그가 따르는 리더십 유형인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정확히 일치한다.
서번트 리더십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가 1977년에 제기한 개념으로, 리더가 먼저 ‘섬기는(serving)’ 자세로 팀원들의 성장과 욕구를 채우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 유형을 말한다. (Greenleaf, 1977)
서번트 리더십의 7가지 핵심 요소
01 청취(Listening): 팀원이 겪는 어려움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경청
02 공감(Empathy): 동료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을 함께 느끼기
03 치유(Healing): 팀 내 갈등이나 부상, 슬럼프에서 회복하도록 돕기
04 설득(Persuasion): 명령이 아닌 설득을 통해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함
05 개인적 성장 지원(Commitment to the growth of people): 각 선수가 더 나은 선수가 되도록 훈련, 멘털, 전문성 등을 키워주기
06 공동 비전 공유(Building community): 팀 모두가 목표를 함께 인식하고 공감대 형성 장려하기
07 겸손(Humility):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동료를 우선시함
손흥민은 시즌 내내 훈련장에서 후배들을 다독였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내 골이 아니라, 동료의 골을 기뻐하는 게 더 오히려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라고 거듭 밝혔다. 특히 토너먼트 막판, 팬들이나 언론이 “득점하거나 MVP가 돼야 한다”라고 요구할 때도 그는 “결과를 내도록 도울 뿐, 그건 동료 차례”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처럼 손흥민은 스스로 필드를 지배하기보다는 서번트 리더로서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팀이 한꺼번에 위기 국면을 극복하도록 했다. 실제로 유로파리그 8강부터 결승까지, 그는 직접 득점하지는 않았지만 어시스트 상황을 만들고,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포지셔닝으로 동료가 득점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손흥민의 사례는 단순히 ‘축구 스타의 개인 영예’로 치부할 수 없다.
그가 토트넘에 남아 첫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린 결정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있다.
01 팀을 위한 헌신이 진정한 리더십
충성심과 일관된 노력은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신뢰와 결실을 낳는다. 케인이 떠날 때 사라진 ‘골 결정력’이 있었지만, 손흥민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팀을 조직하고 이끌었다.
02 겸손과 청취가 만드는 단결
스스로가 ‘목표를 위한 작은 부품 중 하나’ 임을 인식했기에 가능한 자세였다. 언론의 칭찬과 비난에 요동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선수들의 고민과 고충을 챙겼다.
03 위기 국면에서의 차분한 의사결정
유럽 대회 일정과 EPL 일정이 겹치며 체력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그는 순간순간 최적의 판단을 내렸다. 특히 베테랑 선수로서 부상 리스크를 감수하며 중요한 순간에 투입돼 기여함으로써, ‘함께 버티고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팀에 심었다.
04 리더십은 결국 인간적 신뢰에서 출발한다
팬들은 화려한 골 장면보다, 경기 후 동료를 안아주고 격려하는 그의 모습을 더 기억한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사람이니까 따라야 한다’는 인간적 신뢰가 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수많은 불안과 긴장이 따랐다.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세를 돌아볼 수 있다.
자기 관리(Self-Management)
손흥민은 과거에도 부상과 슬럼프 속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우리도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될 때, 결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마인드를 조절해야 한다.
소통과 공감(Communication & Empathy)
동료나 부하 직원, 혹은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나만 옳다’는 태도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들어주는 힘이 필요하다. 작은 경청이 조직 전체의 결속을 이끈다.
장기적 비전(Long-term Vision)
당장 눈앞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1년, 5년 뒤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
손흥민은 “우승 이후에도 더 많은 목표가 있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것이다.
겸손한 자세(Humility)
어떠한 지위에 올라도, 일시적 성과에 취해 오만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난과 칭찬을 둘 다 적절히 받아들이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손흥민이 보여준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의 구체적 모델이자,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간적 신뢰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