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남편은 아프면 안된다는 이야기
지난 새해 벽두에 남편이 많이 아팠다. 기침이 멎질 않고 설사까지 더해졌다. 열이 너무 많이 올라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며 응급실까지 다녀왔다. 축 쳐진 모습과 생기 없는 얼굴, 힘없는 눈빛에 마음이 찢어진다. 그가 아프니 나는 왠지 어깨가 무거워졌다. 연애시절 남자친구가 아플 때는 그냥 안쓰럽고 빨리 낫게 해 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는데, 남편이 아프니 그런 마음들 위에 책임감이 얹혀진다. 팀장이 결근했을 때의 차상위자의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삭막한 표현이려나. 아빠가 아프다고 아기가 울적해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아기랑도 더 신나게 놀아줘야 할 것 같고, 몸도 성치 않은 남편이 혹여나 신경쓸까봐 평소 조금 미루던 집안일도 제때제때 해야 할 것 같고. 문득 가장으로서의 남편이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 본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올려져 있는 그의 어깨. 잠깐 넘겨받은 지금도 이렇게 무거운데 그는 평소 얼마나 무겁게 느끼고 있을까. 나는 이 무게를 더는 데 얼만큼이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결혼한지 얼마 안 되는 철부지 부부, 그저 즐겁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한 가정으로 살아가는 데는 많은 책임이 뒤따른다. 내가 아플 때 남편도 이런 막연함을 느낄 거라 생각하니 지금까지 별 생각 없이 아프다 아프다 골골댔던 게 미안하다.
혼자가 둘이 되었을 때, 힘든 일이 생기면 절반만큼만 덜 힘든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덜 힘들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건 두배가 아니라 무한대로 행복해진다. 아기 낳고 힘들다고 왜 그렇게 불평했을까. 우리 모두 건강한 것만으로 큰 복이었던 것을. 나는 아이들과 손잡고 기도했다. 나의 남편, 우리 아빠, 빨리 낫게 해 달라고. 우리 가족 앞으로 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웃으며 지낼테니 부디 모두 건강하게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