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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ding Lady Sep 09. 2018

수면교육 이야기(0~6개월)

차츰차츰 찾아온 기적의 기록

아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수많은 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출산 전부터 수면교육만은 반드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맞닥뜨려 보니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항간에 떠도는 수많은 수면교육 성공 사례만큼이나 부작용 사례들도 많이 보였다. 어디에는 4개월 이후부터 해야 저항 없이 성공한다더라, 어디에는 돌 전에 하면 애 성격 망친다더라, 누구는 6개월 밤수 끊을 때부터 했다더라 등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주변인들의 사례를 참고만 하는 사이 소율은 차츰차츰 자라나고 있었다. 물론 나는 계속 피곤한 상태로.


생각보다 모질지 못했던 나는 하루아침에 아기를 혼자 방에 두고 나온 뒤 울어도 내버려두는 방법(퍼버법)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울 때마다 안았다가 다시 눕히기를 무한반복하는 방법(안눕법/베위법) 또한 너무 막연하고 지루해서 하지 못했다. 대신 나는 모든 수면교육의 목표인 '누워서 혼자 잠들기'를 위해 시기별로 하나씩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다기보단 소율을 매번 재우다 보면 '이것만 되면 좀 나을 것 같은' 것이 있었고, 그런 행동을 하나씩 이끌어 주다 보니 결과적으로 8개월 쯤 되자 꽤 괜찮은 수면습관이 완성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소율은 약 8개월 시점부터 침대에 누워 혼자 스르르 잠들어서 10~11시간씩 통잠을 잔다.


물론 더 일찍부터 이렇게 잘 자는 순둥이들이 있다. 그러나 소율은 조리원에서부터 ‘까다로운 편’이라는 말을 들어 왔고 집에 와서는 꽤 예민한 등센서를 장착한 아기였다. 안고 두세시간 흔들어대도 빽빽 울며 안 자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기적이 내린 수준이 아니겠는가. 이 글은 차츰차츰 찾아온 그 기적의 기록이다.

조리원 퇴소 후 막막하던 시절 속 찰나의 평화


신생아~생후 1개월

조리원 퇴소 후 소율은 밤에 평균 2시간 정도 울다가 잠들었다. '우아아아악' 하는 소리로 정말 목이 쉴 때까지 울었다. 최대 5시간까지 울었던 적이 있다. 수유를 하면 그때만 조용하고 끝나면 또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영아산통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이 시기에는 자는 건 둘째치고 울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기 잠 신호도 전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자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어 매일매일 다르게 재우곤 했다.


<이 시기에 했던 재우기 방법>

노래 부르기: 자장가, 만화주제가, 가요, 군가, etc..

차 태우기: 차 타면 잘 때도 있지만 슬프게도 내릴 때 깸

바구니카시트 앉혀서 흔들기: 자지는 않아도 피곤하게 만들기는 하는 것 같음.

바운서 태우기: 절대 안 잠. 바운서에서 자는 아기들은 순둥이..  

왼쪽/오른쪽/엎드려 눕히기: 처음에 잠들게 하는데는 효과 없음. 잠든 후 옆으로 놓거나 엎어놓으면 좀더 오래 자긴 함.

백색소음 틀기(쉬 소리, 천둥소리, 빗소리 등..): 자는 방에 항상 틀어주긴 했는데 효과는 잘 모르겠음. 다만 아기가 자는 동안 남편과 속삭거리며 얘기할 때 좀더 마음이 편한 효과가 있음.

아기띠: 다른 아기띠들은 5개월 즈음부터 쓰는 거라 코니아기띠를 써봤는데 별 효과 없었음. 그냥 안는거랑 비슷한 정도.

포대기: 최후의 방법. 포대기에 싸매고 집을 무한반복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샌가 잠들어 있음. 할머니들이 괜히 포대기를 하는 게 아님.

etc..

하룻밤 재우는 데 저 방법들을 모두 돌아가며 한번씩 쓴 날도 많았다. 소율은 '장비빨'이 잘 안 받았던지라 결국 안아서 노래부르면서 흔들고, 잠들면 깨지 않게 눕히는 방식으로 정착되었다. 진짜 안 잘 경우 포대기에 업고 거실을 돌아다니면 거의 예외 없이 잠들었다.


낮밤을 사수하라

이 시기는 아직 수면습관을 들이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어떻게든 잠들어 주시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랄까.. 대신 밤낮은 목숨걸고 사수했다. 애가 자든 안 자든 저녁에는 어른들도 조명을 거의 끄고 어둡게 지냈다. 밤낮마저 바뀌어 버리면 정말 물러날 곳이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조리원에서 밤낮 구분없이 항상 환한 상태로 지냈던 것 때문에라도 이것만은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밤잠 중에는 3~4시간에 한번씩 깨서 조용히 수유를 하고 다시 재웠다. 다시 안 자더라도 절대 불을 켜고 놀아주지 않았다. 소율도 낮 시간과 다른 걸 조금은 아는 건지 많이 안 버티고 다시 잠들었다. 만약 이 때로 돌아간다면 꼭 암막커튼을 구입할 것이다. 나중에 여행가서 체험한 것인데 아기들도 아침 햇살이 없으면 확실히 더 자게 된다.


자자... 제발 자자... (진짜 안 자던 어느 날)


생후 2~3개월


수면의식 만들기

친정을 나와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서 아기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율은 처음으로 생긴 자기만의 공간인 걸 아는지 다행히 거부감 없이 좋아해 주었다. 이 때부터는 힘들어도 매일 동일한 수면의식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생후 2개월 수면의식
1) 기저귀 갈기
2) 스와들미 갈아입기(일반 속싸개를 하고 있다가도 잘 때가 되면 스와들미를 입혔음)
3) 쪽쪽이 물리고 옆으로 안아서 흔들기
4) 노래 부르기(다른 자장가들보다도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부르면 어쩐지 좀 잘 잤다... 3절 부르기 전에 잠들기도 하고 그랬었다)
5) 잠들면 침대에 눕히기

잠옷을 스와들미로 정착한 것이 꽤 잘 먹혔다. 나중엔 꽁꽁 싸매주면 ‘아 이제 자는건가?’를 아는 것 같았다.

낮잠과 밤잠 수면의식은 동일하게 했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 항상 낮잠은 25분~35분 안에 깼다. 쪽쪽이를 물려주거나 쉬+토닥토닥 등의 방법으로 낮잠 연장을 계속 시도했으나 성공한 적은 한두 번 정도..? 낮잠이 밤잠보다 늦게 적응되는 것 같다.


통잠 시간 늘리기

100일 이전에는 절대 엎어놓지 말라고들 하지만, 소율은 엎드려 재우면 훨씬 오래 잤기 때문에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50일 이후에는 침대에 눕힐 때 거의 엎어놓았다. 처음엔 불안했는데 아기가 목을 빨리 가누는 편이어서 괜찮아 보였다. 원래 길어도 3~4시간이면 깨서 울었는데, 뒤집어 자는 것이 정착된 60일경부터 6시간씩 자기 시작하여 90일경 즈음에는 안 깨고 9~10시간씩 잤다. 엎어재우면 모로반사가 확실히 덜하고, 밤에 깨더라도 몸을 어떻게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혼자 힘써보다가 다시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통잠 시간 연장을 위해 모유수유 중이었지만 막수는 분유도 보충해서 충분히 먹였다. 점점 뱃고래가 커지고 잘 먹으면서 잘 자는 느낌이 있었다. 60일경부터 밤수는 한 번 정도로 줄어들었다. 밤수를 끊지는 않아도, 밤에는 조금 먹고 낮에는 많이 먹는 걸 서서히 연습해야 하는 시기이다.

스와들미 입고 엎드려 자는 소율.


생후 4개월


잠 퇴행 시작

그렇게 소율은 100일 이후까지 내 품에 안겨 잠들고 있었다. 어쨌든 밤에 9~10시간 자 주는 게 어디냐며, 괜히 지금보다 더 잘자는 걸 욕심내어 수면교육을 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4개월에 접어든 소율은 갑자기 밤에 3~4번씩 깨기 시작했다. (115일 무렵 시작됨) 그것은 확실히 수면 퇴행이었다. 나는 소율 신생아 때 보았던 육아서적과 아기수면 블로그들을 다시 샅샅히 공부했다. 개인적으로 신생아 때 보다 잠 퇴행기가 더 힘들고 무서웠다. 내가 지금까지 엄청 공들여 쌓고 있던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어서. 아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나의 신체리듬 또한 아기의 7~8시간 통잠에 맞춰져 있어, 한두 시간마다 깨는 아기에게 더욱 야속해졌다. 알고 보니 4개월은 유명한 '잠 퇴행기'였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잠의 사이클이 달라지는 시기라서 그렇다고 한다.


<소율의 4개월 잠 퇴행기 현상>

안아서 흔들흔들로 재우는 기존 방식으로는 잘 잠들지 않음. 잠들더라도 매우 오래 걸림.

엎어 재우기가 효과 없어짐. 잠에서 깼을 때 엎드린 자세이면 자꾸 팔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다가 깨어나버림

하룻밤에 4~5번 깸(평균 2시간에 한번 정도..)

스와들미/스와들업 효과 없어짐(스와들미를 다 풀어헤쳐버려서 스와들업으로 갈아탔는데 효과도 없고 금세 답답해해서 일주일 쯤 입히고 안 입혔다.)

뒤집기 기술 연마와 비슷한 시기


누워서 잠들기

안아줘도 안 잘 바에야 그냥 누운 채로 재워 보자는 마음으로 눕혀재우기를 시작했다. 수면의식 후 눕혀서 자장가 불러주고 토닥토닥 방식으로 재웠다.


생후 4개월 수면의식
1) 기저귀 갈기
2) 침대에 똑바로(혹은 옆으로) 눕히기
3) 공갈젖꼭지 물리기
4) 자장가 불러주기+머리 쓰다듬기  


신기했다. 분명 누워서는 안 자는 아기였는데, 새로운 수면의식을 시도한지 이틀 정도 만에 적응했다. 눕혀서 정수리에서부터 눈 위까지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면 신기하게도 스르르 눈을 감곤 했다. 어쩌면 더 일찍부터 누워서 잠드는 것을 적응시켰으면 그 때 부터도 성공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스와들업도 괜찮았지만 스와들미에 비해서는 효과를 많이 못 봤다.



생후 5~6개월


밤잠 시작시간 당기기

누워서 잠들기 시작하면서 재우기 자체는 조금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4개월 퇴행 이후 통잠은 없었다. 게다가 5개월 후반에 접어들자 갑자기 아침형 아기가 되어 아무리 늦게 자는 날에도 다음날 새벽 6시면 칼같이 깨어나는 것이다. (심지어 5시에 일어나기도.. 아ㅠㅠ) 그래서 밤잠 시작시간을 원래 9~10시에서 7~8시로 당겨 보았다. <똑게육아> 책에서는 매일 15분씩 서서히 당기라고 하던데 소율은 패턴이 그렇게까지 규칙적이지가 않아서(어떤날은 11시에 자고 어떤날은 9시에도 자고 그랬음) 그냥 어느날 갑자기 낮잠을 한번 스킵하고 두시간을 확 당겨 재웠다. 원래 목욕을 8시에 했었는데 6시로 당기고, 7시쯤 막수를 양껏 한 후 8시에 잠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8시면 아직 초저녁 같은데 설마 잘까?’ 싶어 반신반의했는데 이게 왠걸- 10시 넘어 잠드는 것보다도 더 쉽게 잠드는 게 아닌가! 3일 정도 8시 전에 재우려 노력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7시가 넘으면 아기가 졸려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몇시에 잠이 들건 깨어나는 시간은 여전히 아침 6시여서 일찍 재워야 그나마 조금 더 많이 자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이제야 비로소 하루 싸이클이 규칙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밤잠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낮잠도 들쑥날쑥 예측불가일 때가 많았는데, '8시 취침-6시 기상'이 적응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낮잠의 패턴도 잡히게 되었다.  



이렇게, 아직 본격적인 수면교육은 없었지만 6개월 소율은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고, 자기 침대에 누워서 잠들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6개월 이후의 진짜 수면교육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


수유하다 잠들면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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