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이 다가오고 있다
복직이 다가오고 있다. 영원히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들이 모두 흘러가고 내 앞에는 너무나 귀엽고 영특한 아기가 조그마한 손으로 꼬물꼬물 블럭 놀이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져버린 내 보물. 온 집안의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고 상자란 상자는 다 꺼내는, 평소엔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좋아하지만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무서울 땐 엄마를 매우 애타게 부르는, 내가 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무섭게 울어제끼는, 나의 악동, 나의 껌딱지.
점점 더 애착이 강해지는 아기를 두고 복직을 하자니, 개인적으로는 일을 다시 하고 싶지만 정말 두렵고 아쉽다. 자꾸만 복직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나를 발견한다. 복직해야 하는 이유는 고작 나의 변변찮은 커리어와 돈 뿐이고 복직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은 너무나 많고 게다가 가치롭게 느껴진다. 하루종일 널 보지 않는 삶은 어떤 가치가 있는 삶일까. 네가 자라는 걸 충분히 보지 못하는 삶에 돈이 조금 더해진들 얼마나 더 행복한 것일까..
그러다 문득 엊그제 본 <미스터 선샤인>이 생각났다. "(사랑을) 그만하는 건 언제든 할수 있으니 오늘은 하지 맙시다." 라는 대사가.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일을 안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지금은 그만두지 말자고, 오늘 자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부여잡는다. 아아, 이 세상 워킹맘들은 모두 이런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었던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