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기 발달
"엄...마"
생후 8개월의 막바지. 요즈음 소율이는 언제나 무얼 보든지 '엄마'라고 한다. 짜증이 날 때도, 졸릴 때도, 배고플 때도, 혼자 옹알거리며 놀 때도, 항상 엄마 내지는 '음마', '암뫄', '엄...' 등등 엄마와 비슷한 언저리의 말을 한다. 그것이 제 앞에 있는 나를 칭하는 뜻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이 아기가 언어를 사용하여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부르는 것이다. 딱히 엄마라는 말을 먼저 하라고 세뇌교육을 시킨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귀신같이 그 말을 가장 빨리 하는 것인지, 신기한 한편으로 조금 영광이고 고맙다. 어쩌면 매일 저와 같이 있어주는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인지도.
달라는 말을 알아듣는다. '주세요~' 하며 손을 내밀면 제 앞에 있는 블럭을 집어서 내게 준다. 지금까지 소율과의 시간은 언제나 내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해주는 입장이었다. 말해주고 읽어주고 안아주고 노래해주고 장난쳐주고. 그러다가 처음으로 놀이를 하며 상호작용이 되니 어찌나 재미있던지. 내가 자꾸만 '주세요~'를 연발하자 나중엔 귀찮은지 안 주거나 다른 곳으로 가 버리고 마는 소율. 너무 질척대서 미안하지만 아무리 또 해도 계속 신기한걸 어떡하니. 고작 블럭을 주고 받는 게 미치도록 재미있어서 자다가도 자꾸 생각나는 걸.
박스에 무언가를 집어넣을 줄 안다. 블럭을 블럭박스 안에 집어넣고, 목욕할 때에는 장난감 양동이에 물고기 장난감을 자꾸 집어넣는다. 며칠 전 부터 물고기로 양동이 주위를 탁탁 치면서 시도하는가 싶더니 금세 넣는 것을 터득했나 보다. 심지어 "물고기 양동이에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 그렇게 한다. 왠지 그럴 때가 된 것 같아. 어제부터 자기 전에는 정리하기 놀이를 시작했다. "자~ 이제 잘 시간이야. 같이 장난감 정리하자." 하고 장난감 통에 하루종일 놀아서 흩어져 있는 장난감을 넣는 것. 물론 실질적인 정리는 나 혼자 다 하지만 조그마한 손이 거들어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안 자려는 의지 표현을 한다. 자기 전에는 <쉿, 조용조용>이라는 책을 읽어주는데, 다른 책을 읽을 땐 얌전히 있다가도 <쉿, 조용조용>만 읽기 시작하면 자꾸 다른 장난감을 만지거나 다른 책을 갖고오거나 한다. 그러나 그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읽기 시작하는 것 만으로 꿈나라 준비모드가 세팅되는 것인지, 곧 하품을 하고 귀를 만지작 만지작, 침대에 눕히면 저항 없이 잠이 든다. 예전엔 졸려도 울고 안 졸린데 재우려고 해도 울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으면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새삼 감격스럽다. 그것도 잠자리 동화책을 애써 안 보려고 하는 귀여운 방식으로라니. 하아, 이러니 어디 하루하루 더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니.
+ 억지로 읽어주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쉿, 조용조용>을 거부할 땐 <코할때 뭐할까?>라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코할때 뭐할까?>도 거부할 것 같은데 그럼 또 뭘 읽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