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ading Lady Mar 02. 2018

비오는 날의 육아

빗방울이 뚝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2월의 마지막 날, 비가 온다.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싸늘하기도 하고 이른 봄의 전령처럼 보슬거리기도 하는 연한 먹색의 비. 겹겹이 두터운 구름으로 하늘은 빛 한줄기 없이 어둡다.


소율을 안고 세탁소에 가서 남편의 셔츠들을 맡기고 편의점에 들러 우유를 샀다. 언제 이렇게 커서 무려 비오는 날 외출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를 보는 소율에게 나 어린 시절 들었던 노래를 불러 준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셋이서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비오는 날의 외출조차 소율과 있으니 하나도 싫지 않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타탁타탁,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가 쐐애애,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참방참방,

네게도 이 소리들이 들리냐며 재잘재잘 이야기하느라 지루하지 않다.


네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아주 하찮고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했던 것들이 네 덕분에 새로워진다. 빈 벽과 빈 천장마저 뚫어져라 보는 너에게, 무려 비 내리는 풍경은 얼마나 별세계처럼 보일까 싶어서.


매일 아기만 보고 있는 것이 무기력할 때도 있고,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아니 나를 없애야 하는 것 같은 우울함에 울고 싶기도 하지만, 아기와 함께여서 나는 오늘 비 오는 어두운 하늘에도 감동했다.


울었다, 웃었다,

오늘도 자꾸만 왔다갔다하고야 만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